한국은 미국의 7번째 무역수지 적자국
"미국 적자의 40%가 중국·멕시코 … 두 나라가 집중 타깃될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과 통상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대중국 견제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관세 부과 등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을 공언해왔다.
하지만 바이든정부들어 2021년 227억달러·2022년 280억달러·2023년 444억달러·2024년 1~9월 399억달러로 급증했다.
미국 입장에서 총 무역적자(2024년 1~9월) 규모를 살펴보면 8630억달러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 2165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가장 많았고, 멕시코에서도 1249억달러 적자를 봤다. 미국 무역적자의 39.5%가 이 두 나라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중국과 멕시코가 트럼프 2기정부 통상·무역정책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502억달러 적자)은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에 이어 7위 적자국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흑자규모와 미국의 대한국 적자규모가 다른 것은 우리나라 수출이 통계 잡히는 시점과 미국 수입이 잡히는 시점(서부 동부 중부 등 지역에 따라)이 2~3개월 차이나기 때문이다.
또 수출은 배에 선적한 것을 기준으로, 수입은 비용납부와 보험 운송료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등 조사방식이 다르다.
다만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흑자가 급증한 것은 특별한 상황에 기인한 것으로 향후 점진적으로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자동차 일반기계 등 품목 수출이 늘고, 에너지가격 하락에 따라 최대 수입품인 에너지수입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면서도 “우리기업이 대미 투자를 많이 하다보니 이와 관련된 장비와 중간재 수출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건립 등 투자가 완료되면 장비와 중간재 수출이 줄고, 현지 생산이 증가해 결국 우리나라의 대미국 수출이 감소해 무역수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정부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구체화된 정책이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업계와 협의해 전략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6일 ‘2024 미국선거와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일부 첨단 전략산업에 한정해 ‘디리스킹’(위험줄이기)으로 속도를 조절했던 바이든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에서는 미중간 ‘디커플링’(한나라 경제가 독자적인 흐름을 보이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선거기간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중국상품의 멕시코 우회와 멕시코에 투자한 중국기업의 수출도 적극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정부 임기내 발효된 산업지원 정책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후보는 IRA에 대해 ‘녹색사기’라고 비난해왔다. 다만 법 개정이 어려울 경우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한 각종 세제혜택 축소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고서는 “트럼프 후보의 미국 중심주의 강화와 미중 통상갈등 심화로 인한 통상환경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심화하면서 중국상품과 경쟁하는 한국기업과 한국상품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트라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2기의 정책 방향과 미국내 시장수요를 점검했다.
코트라는 앞으로 첨단산업, 전력 기자재, 화석연료 인프라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코트라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시장에서 자리잡아가는 ‘K소비재’에 가격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제품의 입지를 강화하려면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전략적인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내 시장 기회가 높아지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의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산업인 만큼 AI와 바이오 시장의 상당한 성장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