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윤 대통령…김 여사 특검법엔 “헌법에 반해”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 허리 굽혀 사과
“국회가 사실상 특검 임명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 없어”
“아내의 조언을 국정농단화 시키는 것은 문화적으로 안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면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본격적인 국정 브리핑에 앞서 허리를 굽혀 사과를 하기도 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선 “아내의 조언을 국정농단화시키는 것은 문화적으로 안 맞다”, 김 여사의 각종 의혹 관련 특검법에 대해선 “헌법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의 성패가 ‘김 여사 해법’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고 2년 반의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도 국가와 민생 위해 일을 한다는 보람에 힘든지 모르고 늘 행복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임기 반환점까지 왔다”면서도 “국민들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의료 대란, 김건희 여사 관련한 각종 논란, 명태균씨와 윤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나눈 녹취록 공개 등을 에둘러 언급하며 대국민사과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것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걱정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고칠 부분은 고쳐 나가겠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섬기는 마음으로 쇄신에 쇄신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당정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유능한 정부, 유능한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소모적 갈등으로 시간낭비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강조해온 4대 대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힘주어 말했다.
윤 대통령의 4대 개혁에 대한 의지는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연금, 노동, 교육 개혁과 인구 위기 극복하는 4+1 개혁은 민생과 직결된 것”이라면서 특히 의료개혁에 대해선 “국민들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차분하고 꼼꼼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해 의대증원 관련한 논란에 굽힐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김 여사 논란에 대해선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더 신중하게 매사에 처신해야 하는데 국민들한테 걱정 끼쳐드린 것은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특검에 대해선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단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대통령 부인이) 공직자는 물론 아니지만 예를 들어 ‘대통령이 요새 회의 때 참모들한테 야단을 많이 친다는 말이 있는데 당신 좀 부드럽게 해’ 그런 것을 국정 관여라고 할 수는 없겠다”면서 “아내로서 한 조언 같은 것들을 마치 국정농단화 시키는 것은 정말 우리 정치문화상이나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는 거라 본다”고 말했다.
야권에서 추진 중인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 윤 대통령은 “특검 하니 마니 국회가 결정해서 국회가 사실상 특검 임명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며 재의요구권 행사의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발동할 것이며, 어떤 사건에 대해 어떤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할 것이냐 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 삼권분립의 본질인 행정권한의 고유한 부분”이라면서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자체가 법률로는 뭐든지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거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 안할 수 없는 것이고 당연히 임명할 것”이라며 기존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1층 대통령실 브리핑룸 테이블에 앉아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5월과 8월 기자회견 때는 집무실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질문을 받았다. 담화 분량도 40분 가량이었던 8월과 달리 14분 분량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