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관세 직면한 중국, 어떤 대응 내놓나

2024-11-08 13:00:01 게재

주요 외신, 맞대응·내수부양·구조개혁 등 거론 … “장기간 싸움이면 부양보다 개혁 우선”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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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해방군 예비역 중령이자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의 선임연구원인 저우보는 “중국은 심리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상대할 준비가 더 잘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항 제1컨테이너터미널에 적재된 컨테이너들.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국에 60~100%, 이외 국가들에 10~20% 수입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시진핑정부가 중국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미국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미국채를 매각하고,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고, 유럽과 중남미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 등이 잠재적인 옵션”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의 농산물 수출이 다시 첫번째 타깃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첫 임기 이후 브라질은 중국에 대한 최대 대두 공급국 입지를 강화했다. 2020년 양국 무역합의로 브라질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대중국 최대 옥수수 수출국이기도 하다. 미국은 2016년 중국 대두 수입량의 40% 이상을 공급했지만 올해 첫 9개월 동안에는 18% 미만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제둔화도 완충 역할을 한다. 돼지사료용 옥수수와 대두뿐 아니라 돼지고기 수요도 감소했다. 즉 수입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구매처를 미국에서 다른 국가로 더 쉽게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제네바 주재 중국 유엔공관 부대표를 지낸 저우샤오밍은 “쉬운 타깃으로는 옥수수와 대두가 있다. 중국은 브라질을 신뢰할 수 있는 대체 공급국으로 발전시켰고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일 수 있었다. 때문에 2018년보다 대응조치를 취하기에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공격할 수 있는 뚜렷한 타깃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대미 수입은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했다. 또 중국은 지난 수년 동안 미국 보잉사의 신형 제트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위협할 수 있는 대상이 하나 줄었다. 무역약화와 더불어 미국과 중국 간 직접투자도 축소됐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2019년 정점 대비 28% 감소했다.

이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해 수출가격을 낮출 가능성을 높인다. 중국의 마지막 공식적인 평가절하는 2015년이었지만 2018년 중반부터 2019년 중반까지 미중 1차 무역분쟁이 한창일 때 당국은 위안화를 달러당 7.2위안까지 떨어뜨려 수출 가격을 낮추고 트럼프 관세에 어느 정도 완충 효과를 제공했다.

중국의 새로운 주요 도구 중 하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자주 사용하는 수출통제다. 중국은 지난해 칩 제조, 통신장비 및 방위산업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되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해외판매를 제한했다. 중국은 일부 반도체 장치에 사용되는 안티몬 같이 미국이 전략기술에 필요로 하는 핵심 원자재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중국은 외국기업을 제재하는 공식적인 절차도 마련했다. 올해 9월 중국당국은 타미 힐피거와 캘빈 클라인의 모기업인 PVH사가 미국이 인권문제로 무역을 제한한 신장지역의 면화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또 대만에 공급하는 미국 드론회사에 대해 중국산 부품을 구매할 수 없도록 막았다.

중국 내수부양 규모에 관심

FT는 7일 “중국 분석가들은 그동안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꺼려온 중국정부가 트럼프 재선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내다본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규제가 강화되면 중국이 전통적으로 꺼리던 국내소비 부양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틱시스SA의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중국이 할 일은 더 큰 부양책을 발표해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4일부터 닷새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개최중이다. 폐막일인 8일 지방정부에 대한 부채스왑, 잠재적으로 더 많은 부양책을 포함하는 재정패키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금융기업 ‘UOB 케이 히안’의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 왕치는 투자자메모에서 “트럼프의 승리가 중국이 더 큰 부양책을 시행하도록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중국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썼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부양책 규모가 트럼프 관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월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그동안 선호하던 인프라투자 및 지방정부 재융자 대신 가계를 직접 겨냥한 부양책에 10조위안(1조4000억달러)을 지출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다.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의 마 웨이 부연구원은 “정책입안자들이 추가 부양조치를 발표하려면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12월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개최한다.

‘단기부양보다 구조개혁’ 목소리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중국이 더 많은 부양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과의 경쟁이 지속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경제를 체계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내부위험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주말 중국 남부 하이난성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의 전 부주임 류시진은 내수 부양을 위한 경제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고 단기적으로 잠재적인 침체에 직면할 때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개혁 없는 부양책은 장기적으로 수요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정책고문과 경제학자들도 비슷한 권고를 내놨다. 최근 경제데이터가 중국경제의 안정세를 가리키면서다. 중국의 공식 제조업구매관리자 지수는 10월 50.1로 상승해 확장영역에 들어섰다. 직전 5개월 동안 50 이하에 머물렀던 것에서 반등했다.

호주 ANZ뱅크의 수석 중화권 경제학자 레이몬드 영은 “최근 경제데이터의 긍정적인 신호를 보면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인대에서 논의하는 부채스왑 계획은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추가하면서 지방정부의 묶인 손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장 일부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부양책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2008년 같은 대규모 내수부양책을 기대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초점을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학술위원회 전 사무총장 장옌셩은 지난달 “2008년과 같은 또 다른 대규모 부양책은 지방정부와 기업, 국민에게 궁극적으로 피해를 줄 부작용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연구원인 장은 ‘이코노믹 옵저버’ 인터뷰에서 “중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맞은 국가들의 대응에서 배울 수 있다”며 “미래 발전을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장기 건설채권을 발행해 단기수요를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2028년부터 중국경제가 새로운 발전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며 “기업은 기꺼이 투자하고, 국민은 소비에 자신감을 갖고, 지방정부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동기를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사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장즈웨이는 “중국은 개혁과 부양책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며 “어떤 종류의 구조개혁을 추구해야 하며 어느 정도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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