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 지명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 … 집권 2기 정권 인수준비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자신의 선거운동을 승리로 이끈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집권 2기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했다. 미국 역사상 여성이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는 것은 와일스가 처음이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에서 “수지는 강인하고 똑똑하고 혁신적이며 보편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라며 “앞으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비서실장 인선을 시작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 인선 작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5일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정권을 인수하고 국정을 대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자신의 거주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는 인수팀과 미팅을 통해 2기 정부 출범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수팀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하며 중도 사퇴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민주당 출신의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및 에릭 트럼프, 부통령 당선자인 J.D. 밴스 등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들과 함께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두고 부처별 업무현황 파악과 재집권 이후 시행할 우선 과제를 선정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 초·중순에는 이른바 ‘데이 원(Day 1·취임 당일)’에 시행할 행정명령 등 각종 정책의 초안을 만들게 된다. “취임 당일은 독재를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유세에서 ‘데이 원 공약’으로 △사상 최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 △석유·가스 시추 확대 및 기후 환경 관련 정책 폐기 △자신의 대선 뒤집기 시도 및 국가기밀 불법유출 등 혐의에 대해 수사한 잭 스미스 특검 해임 △1·6 의사당 폭동자 사면 검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 주요 인사를 선정하는 것도 정책과제 못지 않은 관심사다. 인수팀은 이달 말까지 내각 및 백악관 주요보직 등에 대한 후보자 50명 정도를 선발한다. 미국 대통령은 약 4000명 가량의 정무직 공무원을 임명하며 이 가운데 1200명은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도널드 주니어가 문제 인사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이른바 정부효율성위원회를 만들어 연방 정부를 개혁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자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연방 정부 예산의 3분의 1 가량인 2조달러 이상을 삭감할 수 있다고 말해 대대적인 ‘칼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8월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에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공동 설립자인 린다 맥마흔 전 중소기업청장,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을 임명한 바 있다. 이들은 대선 승리 후 공동 성명을 통해 “앞으로 며칠 또는 수주 안에 트럼프의 리더십 아래 미국 국민의 삶을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만드는 정책을 집행할 인물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벌써부터 2기 행정부 하마평도 무성하다. 재무장관에는 억만장자 펀드매니저 스콧 베셋트 등이 거론되고, 중앙정보국(CIA) 국장에는 존 래트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베센트에 대해 “월스트리트의 최고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베센트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보직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의 경쟁자로는 마찬가지로 억만장자 펀드매니저인 존 폴슨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스콧 베센트와 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또 국무장관으로는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과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 등이 거론된다.
국방장관으로는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이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그룹 사이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 트럼프 보좌역이 전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각종 사법리스크로 곤욕을 치른 트럼프 당선인은 법무장관 후보 선정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 에릭 슈미트 상원의원(미주리),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을 지낸 존 래트클리프 등이 거론된다.
이밖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2기 행정부에서 공중보건분야를 총괄하는 직책에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고, 상무장관으로는 린다 맥마흔 전 중소기업청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정권 인수팀은 연방총무청(GSA)으로부터 취임 후 최대 60일까지 사무실 및 기술 지원, 예산 등의 지원을 받게 되며 이 절차는 대선 5일 후부터 자동으로 시작되도록 명문화돼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정권 이양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