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럼프 당선이어 상·하원 모두 석권 기세
상원 100석 중 53석 확보 하원도 10여석 차이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내세워 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미국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데 이어 하원까지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는 법안 발의 및 심의권을 쥐고 있고, 정부 예산을 심사·승인하는 등 권한이 막강하다. 공화당이 상·하원 양원을 차지하면, 내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각종 정책을 빠르게 실행할 강력한 기반이 마련된다.
7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공화당은 상원(총 100석)에서 과반(51석)보다 2석 많은 53석을 확보해 민주당(현재 45석)을 소수당으로 밀어냈다.
공화당은 전날까지 승패가 갈린 지역 중 민주당(민주당 출신 무소속 포함)이 가지고 있던 몬태나,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의 상원 의석을 탈환한 데 이어 이날 펜실베이니아에서도 민주당 현역 상원의원을 누르고 의석을 차지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개표가 99% 진행된 가운데 공화당 데이비드 맥코믹 후보가 민주당 소속 3선인 밥 케이시 의원에 0.5% 포인트 앞서며 승리를 결정지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공화당은 현재 다수당인 하원(총 435석) 선거에서도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확보 의석에서 210석 대 198석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과반 기준은 218석이다. 공화당이 아직 승패가 결론나지 않은 27석 가운데 8석을 더 가져오면 다수당이 된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과 상·하원 다수당이 같은 정당인 상황을 미국에서는 ‘통합정부’(unified government)로 부른다. 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첫 2년(2021년 1월~2023년 1월)간 민주당이 행정·입법 권력을 모두 장악하며 통합정부를 운영했다. 하지만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하면서 현재는 민주당 행정부에, 의회의 경우 상원 다수당은 민주, 하원 다수당은 공화로 갈려 있다.
내년 1월3일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한 의회가 개원하고 이어 같은 달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트럼프는 금세기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강력한 권력 기반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낙선한 이후 ‘트럼프당’으로 탈바꿈 해왔다. 자신의 열성 지지자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공화당원’들의 힘을 활용해 공화당 내 각급 경선에서 반트럼프 후보들을 견제했고, 2022년 의회선거를 통해 친트럼프 색깔로 변모시켰다.
현재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의 뜻을 거스르는 의원은 거의 없다. 특히 하원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데, 마이크 존스 하원의장(루이지애나)은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다.
현재 하원의 양당간 의석차가 한 자릿수란 상황 때문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10여명의 강경우파 의원들은 트럼프 집권 2기에선 돌격대가 될 전망이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감세와 국경장벽 건설 및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건강보험개혁법(ACA·Affordable Care Act·일명 오바마케어) 대폭 개정 등의 핵심 공약들은 의회의 큰 견제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