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 “이제 중요한 건 속도감 있는 실천”

2024-11-08 13:00:26 게재

윤 대통령 회견에 “인적쇄신·김 여사 활동중단 약속”

이달 예정 ‘김 여사 특검법’ 처리 놓고 여전히 긴장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대국민담화·기자회견과 관련 “대통령께서 어제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쇄신,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의 조건없는 임명에 대해 국민들께 약속했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다. 실천이 ‘민심에 맞는 수준’이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하고, ‘속도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그런 민심에 맞는 실천을 위해서 당은 지금보다 더 민심을 따르고, 지금보다 더 대통령실과 소통하고 설득하겠다”며 “우선, 당은 즉시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추진하겠다. 필요한 절차 준비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민심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우리 모두 국민 앞에서 더 겸손하고 겸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한 대표의 입장은 전날 윤 대통령의 담화·회견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으로 읽힌다. 자신의 요구안(△윤 대통령 사과 △대통령실과 내각 인적쇄신 △김 여사 활동 전면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윤 대통령이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한 대표가 실천에 방점을 두면서 당장 특별감찰관 임명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 만큼 윤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회견에서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 “국회가 추천하면 당연히 임명할 것이다. 국회 일이니깐 제가 왈가왈부하는 게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하느냐 마느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또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정한 방향을 잡아서 후보 추천을 하면 그중 한 사람을 임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입장은 크게 바뀐 게 없는데, 한 대표가 ‘조건없는 임명’으로 해석한 만큼 향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릴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 대표의 입장 발표와 달리 친한에서는 담화·회견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 측근 의원은 8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인식 차가 크고, 어제 담화·회견 내용이 정치인 나아가 대통령으로서의 태도와 인식으로 적절한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측근 의원은 “어제는 국민 눈높이를 맞출 진전된 방안이 나왔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윤에서는 “잘했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담화·회견 직후 “여러 가지 논란과 의혹에 대해 진솔한 태도로 설명을 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권영세 의원은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아주 소탈하고, 아주 진솔하고, 전체적인 톤에 있어서도 굉장히 겸손하게 아주 잘된 기자회견이었다”며 “앞으로 후속조치가 이어진다면 냉랭했던 국민들의 마음도 돌아설 수 있을 거라 생각 된다”고 말했다.

친한과 친윤은 ‘김 여사 특검법’을 놓고도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분위기다. 야권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여당발 이탈표가 없더라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8일로 예상되는 재표결이다. 지난달 4일 실시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는 여당발 이탈표가 4표로 추정됐다. 여당발 이탈표가 8표를 넘기면 재표결은 가결된다.

친한 인사는 “한 대표는 ‘야당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겠지만, 의원들 생각을 전부 통제할 수는 없다. 대통령 회견에 실망한 중도의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친윤 성향 인사는 “윤 대통령이 허리까지 굽혔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탈표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 초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재표결이 이뤄진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선거 위기감이 표결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