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예상대로 금리인하…향후 경로는 불확실

2024-11-08 13:00:33 게재

인플레 관련 “더 큰 자신감” 표현 삭제 … FOMC 때마다 정치 노이즈 발생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연준 위원 12명 만장일치다. 하지만 향후 금리인하 경로는 불확실하다.

성명서에는 인플레이션 관련 “더 큰 자신감”이라는 표현이 삭제됐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선 결과와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자신의 사퇴 및 해임 여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다(No)”라고 답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은 트럼프의 사퇴 요구 시 응할 생각이 없다며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2기가 본격 출범하는 내년부터는 매번 FOMC때마다 정치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준은 7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75~5.0%에서 4.50~4.75%로 0.25%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9월 FOMC 회의 결과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이날 연속으로 금리를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3.25%)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다시 줄었다. 한미 금리차는 지난 9월 18일 연준의 빅컷 이후 1.50%p였으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낮추면서 다시 1.75%로 벌어진 바 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p 인하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9월 빅컷 단행 당시 성명에서 언급됐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는 표현은 이번 성명에서 삭제됐다. 파월 의장은 해당 문구는 금리인하를 개시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며, 계속 두면 새로운 가이던스를 주게 되어 삭제했다고 언급하며 정책적 변화를 함축하는 시그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과 물가 안정 양대 책무 위험이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와 “추가적인(additional) 조정을 고려할 때”라는 문구가 유지되며 성명서는 앞으로도 금리인하 방향성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금리 경로에 대한 힌트는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는 차단했다.

또 파월은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되어 쏟아진 질문에는 언급하기 이르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금융시장의 관심은 내년도에 연준이 전망하는 대로 금리 인하가 가능한지에 맞추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패드워치에서는 내년 12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에 대해 3.75-4.00%는 29.3%, 3.50~3.75% 26.3%로 연준이 9월에 제시했던 내년 말 목표금리 중간값 3.4%보다 더 긴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전에는 금융시장이 연준보다 더 비둘기적으로 바라보았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트럼프 2기에 대한 경계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뉴욕증시가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4.06포인트(0.74%) 오른 5,973.1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85.99포인트(1.51%) 오른 19,269.46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이날 하루 만에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나스닥 지수가 1만9000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59포인트(0.00%) 내린 43,729.34로 보합에서 마감, 전날 3.6%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장세 흐름을 보였다.

국내 주식시장도 상승 중이다. 코스피는 8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재확인한 가운데 장 초반 2590대로 올라섰다. 이날 오전 9시 35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26.24포인트(1.02%) 오른 2590.87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6억원, 792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개인은 976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3천198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54포인트(1.71%) 오른 746.06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6.39포인트(0.87%) 오른 739.91로 출발해 오름폭을 늘리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38억원, 312억원 순매수하고 있으며 개인은 908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연이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0.6원 내린 1386.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에서 화두는 금리 결정보다는 트럼프 당선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였는데, 파월 의장은 트럼프의 사퇴 요구 시 응할 생각이 없다며 독립성을 강조했다”며 “이번 FOMC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FOMC와 미국 대선이라는 최대 이벤트가 끝나면서 금리 상승, 달러 강세 등 그간 움직임이 되돌림 될 것이며 타국 증시 대비 소외 현상이 심했던 국내 증시도 이런 되돌림을 통해 부분적인 키 맞추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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