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0.25%p 금리인하…파월 “사퇴 안해”
트럼프 2기 경계감 … 인플레이션에 신중한 태도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감 차단 … 뉴욕증시 강세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9월 기준금리 0.5%p 인하에 이어 이번에도 0.25%p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해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중한 태도와 함께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힌트는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는 차단했다. ▶관련기사 10면
미 연준은 7일(현지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p 인하했다. 만장일치 결정이었고,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서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과열됐던 노동시장 상황이 일반적으로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9월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다소 신중해진 모습이다. 9월 성명서와 비교할 때 인플레이션이 더 진전되고 있다는 ‘further’ 표현이 삭제되고, 인플레이션이 진전되고 있다는 데 확인을 얻었다는 문구가 이번에는 삭제됐다. 또 “고용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표현을 “올해 초 이후 노동시장 환경이 전반적으로 완화됐다”는 포괄적인 문구로 수정했다.
파월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초반 경제와 통화정책보다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된 질문에 파월은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며 “금리가 점차 중립적 수준으로 가겠지만, 적절한 속도와 정확한 목적지를 알지 못하고, 경제상황과 전망에 따라 조정해 나가겠다”고만 언급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자신의 사퇴 및 해임 여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다(No)”라고 답했다. 이어 미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진을 해임하거나 강등시킬 법적 권한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선 결과가 경기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오늘은 정치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시장은 내년에도 연준이 전망하는 대로 금리 인하가 가능한지에 주목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패드워치 툴은 12월 0.25%p 인하, 내년에는 3월과 6월 각 0.25%p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2025년에도 물가 압력이 다시 고조되지 않는 한 중립 금리 수준으로 여겨지는 3.5% 수준까지 미 연준이 꾸준히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연준이 9월에 제시했던 내년 말 목표금리 중간값 3.4%보다 더 긴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2기에 대한 경계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내놓은 10% 보편적 관세 등 각종 경제 공약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가 많은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인하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향후 트럼프의 정책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면서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연준이 12월에는 0.25%p 인하를 단행하고 본격적인 금리인하 보류 결정은 내년부터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연준의 금리인하에 뉴욕증시는 강세를 이어갔다. 나스닥은 전일대비 1.50%, S&P500은 0.74% 올랐고 다우지수는 사실상 보합세를 보였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33%로 전일보다 11bp(1bp=0.01%p) 내렸고, 달러지수는 104.32로 전일보다 0.73% 하락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