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⑨ 소매물도 등대길

100년 등대로 가는 애잔한 섬 둘레길

2024-11-08 00:00:00 게재

물 부족으로 고통 … 해수담수화시설 가동 안돼

소매물도 등대섬. 사진 섬연구소 제공

소매물도는 한때 한국인이 가보고 싶은 섬 1위에 꼽혔을 정도로 절경이다. 백섬백길 8코스 소매물도 등대길은 바다를 바라보며 섬을 한바퀴 돌아 등대섬까지 이어지는 트레일이다. 항구에서 마을 안길을 지나 망태봉의 관세역사관, 열목개, 등대섬, 폐교, 남매바위를 거쳐 다시 항구로 돌아오는 코스다.

길은 두 갈래지만 남매바위 방향보다 마을 안길을 가로질러 가는 코스가 덜 가파르다. 소매물도 등대길을 따라가면 수많은 기암괴석과 총석단애 등 한려해상 최고의 비경을 만나게 된다. 총길이 4.2㎞,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내외다.

과자 광고로 유명해져서 일명 ‘쿠크다스 섬’이라 불리는 등대섬은 섬길의 하이라이트다. 등대섬은 본래 해금도라 불렸으나 유명세를 타면서 2002년 등대섬으로 개명됐다. 소매물도 등대는 일제강점기인 1917년에 건립됐으니 물경 100년도 넘는 근대유산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하는 열목개는 썰물 때만 건너갈 수 있다. 물이 차면 바다가 되어 건널 수 없으니 물때를 참조해야 한다. 소매물도는 통영항뿐만 아니라 거제 저구항에서도 다니는 여객선이 있다. 접근성과 운항시간 등을 따져 터미널을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섬 소매물도가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소매물도는 통영의 섬들 중에서도 물 사정이 유독 안 좋아 오랜 세월 빗물을 이용해야 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5월, 8억91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해수담수화시설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담수화시설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시설을 만들어놓고 가동시키지 않는 것은 담수화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기세 때문이다.

주민들은 수돗세와 별도로 고액의 담수화 정수시설 전기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주민들은 정수시설 전기세는 전액 통영시에서 부담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통영시는 월 30만원 밖에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요구가 무리한 것은 아니다. 육지 상수도 시설의 경우 식수댐 정수시설 운영 전기세를 주민들이 내지 않는다. 다른 큰 섬들의 댐 정수시설 전기세도 주민들이 분담하지 않는다. 그런데 물 사정이 가장 열악한 작은 섬 주민들에게만 정수시설 운영 전기세를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작은 섬 주민들에 대한 차별이다.

실제로 여수시의 경우 관내 16개 섬에 해수담수화 시설이 있는데 모든 시설의 전기세 등을 비롯한 운영비 전부를 여수시에서 지원하고 있다. 수도 요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여수 내륙의 지방 상수도 요금에 준해서만 받고 있다. 해수담수화 시설이 21개로 가장 많은 신안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신안군은 해수담수화 시설 전기세를 비롯한 유지관리비 전액을 군비로 지원한다.

물 마실 권리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소매물도 주민들이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형평성을 원할 뿐이다. 육지 사람들과 동등하게 물 마실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 뿐이다.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뿐이다. 통영시는 소매물도에도 육지의 정수시설과 동등하게 운영비를 지원해야 마땅할 것이다. 여수시와 신안군이 하는 일을 통영이 못할 이유가 없다. 차별받는 섬 주민들을 바라보며 섬길을 걷는 마음이 아리고 애잔하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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