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재부상하는 트럼프월드와 한반도 평화
철저한 반전주의자, 네오콘 배제 … 정치검찰 극혐오 트럼프, 이재명에 동병상련
트럼프는 2016년 첫 대통령 때보다 노련해졌다. 대통령 4년, 무관(無冠)으로서 4년, 이 8년 동안 트럼프는 많이 성장했다. 또 하나는 8년 전 그는 공화당 내에서 이단, 비주류, 반항아였지만 이제는 공화당을 트럼프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당으로 만들었다. 이번 선거에 나선 대부부분의 후보는 예비선거 공천과정에서부터 트럼프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선거캠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대통령 국정 철학에 대한 철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인사검증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4년 단임으로 끝날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매우 빠르게 각종 현안들을 처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 끝내고 그 후에 하나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현안과 더불어 세계 여러 지역의 분쟁 현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려는 에너지와 활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주저하면 북미 직거래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 2기를 맞이하는 한국정부도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많고 지금까지 보여준 양국 정상의 철학과 리더십이 너무도 다르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첫째, 트럼프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반전주의자라는 점이다. 그는 전쟁을 혐오한다. 호전적인 네오콘이나 군산복합체를 오랫동안 비난해 왔다. 지난번 하노이에서 트럼프-김정은 회담 때 합의를 방해한 존 볼턴 같은 네오콘들은 이번 선거전에서 대부분 해리스 민주당 후보편에 섰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네오콘의 원조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와 부시 대통령의 딸 바바라 부시, 트럼프 1기의 합참의장 국방장관이 민주당 해리스편에 선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편 공화당은 1984년생인 J.D 반스 부통령, 케네디가 출신으로 무소속 대통령 후보에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들어온 로버트 Jr. 케네디, 민주당 하원의원 출신으로 공화당으로 이동한 1981년생 털시 개버드 같은 신예들을 이번 기회에 대거 등장시켰다. 세 사람 모두 철저한 반전주의자들이고 미국내 네오콘과 군산복합체의 이익추구를 위한 전쟁 수행 지속을 공개적으로 반대한다.
트럼프가 장담한대로 중동 전쟁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하게 24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누구하고도 대화를 한다는 그의 원칙은 확고하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을 협력 국가 또는 새로운 동맹국으로 견인한다면 이는 동아시아 패권질서의 변동이자 미국 국익에 엄청난 이익이다. 트럼프는 성사 여부를 떠나 이를 추진할 것 같다.
트럼프의 탑다운(Top-Down) 방식과 물밑 협상이 결합되면서 미국의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을 조건으로 타협하고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 북미 관계 개선과 종전 문제를 먼저 다룰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 연방하원 브래드 셔먼 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이 발의한 ‘한반도평화법안’(HR1369)이 주목받을 것이다. 이 법안에는 한국전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워싱턴-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를 통한 북미간 외교관계 수립 등을 통해 비핵화논의, 이산가족상봉, 미군유해송환, 인도주의적 지원 등에 대한 상시소통을 통해 한반도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3월 재발의된 이 법안은 현재까지 52명(민주당 의원 48명, 공화당 의원 4명)이 서명하고 있는데 이들 중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법안은 평화협정으로 전쟁을 종식하고 국교 정상화를 협상하는 선 수교 협상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북미 간 직거래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동안 북한과 적대적 관계를 고수해온 윤석열정부에게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
둘째, 트럼프의 검찰사법부의 정적 죽이기 정치무기화에 대한 극도의 불신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는 4개의 형사사건 91개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채 예비 선거 시즌을 맞았고 검찰의 무더기 기소에 따른 법정 출두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시달려야 했다. 워싱턴 정가에는 윤석열 대통령 방미 시점인 지난해 4월 26일 미국의 정치 전문 일간지 ‘폴리티코’에 게재된 칼럼이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칼럼은 바이든이 트럼프의 기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정치적으로 성장 했듯이 바이든이 윤 대통령의 검찰권 행사에서 배울 수 있을 것들을 열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칼럼이 발표된 이후 트럼프에 대한 전방위 검찰 수사가 뒤따랐다. 트럼프 캠프는 기소 사건에 대한 재판을 위해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을 쏟아 부어야 했고 대선 운동 기간 내내 재판에 출두하고 법정 공방에 시달리며 선거캠페인이 크게 저해 받았다.
그의 정치생명이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압승했고 트럼프는 대선 승리 후 검찰의 권력 남용에 대한 대통령 통제권을 강화하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검찰·사법부의 권력 남용에 대한 심각한 증오감을 갖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과연 검사 출신 윤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케미(호흡)를 맞출 수 있을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셋째, 지도자의 성향이 크게 다르다. 트럼프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 고령에도 불구하고 상황 판단과 순발력이 뛰어나다. 뉴욕 맨해튼 바닥을 훑으면서 고객들과 거래(Deal)하며 터득한 협상의 기술을 두번째 임기 동안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다. 애주가라고 알려진 윤 대통령이 콜라를 마시는 협상의 달인을 상대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트럼프 공화당 정권의 다른 태도 주목
넷째, 트럼프는 적과도 과감한 대화를 하는 지도자라는 점을 환기 시키고 싶다. 푸틴, 김정은 등 적과 대화를 통해 리스크 관리할 것이다. 외교는 우방과 동맹뿐만 아니라 적과의 대화를 통해 평화를 만드는 정치예술이다. 트럼프의 공화당 정권은 오바마,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 12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를 방치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로 나갈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특성상 윤석열정부가 트럼프가 추진하는 새로운 한반도 정책에 머뭇거리는 상황이 되면 트럼프는 윤 정부를 패싱하거나 한국의 대체 정치세력의 도움을 구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정치검찰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야당 지도자들에 대한 한국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끼며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두 정치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정치테러 암살시도를 당하며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사람들이다. 만약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적 지향점까지 같다면 2022년 7월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위해 노력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그토록 만나 보기 원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국민들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야당 대표의 조언과 협력을 구할 수도 있다.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