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한국 경제 불확실성 더 커졌다

2024-11-11 13:00:02 게재

우방과도 보편 관세·FTA 개정 통상 압력·원달러 환율 불확실성↑

내년 경제성장률 2%도 위협 …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가능성

정부 “공약 현실화 여부는 지켜봐야” … 관계부처 합동 TF 가동

트럼프 2기 집권 리스크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 선까지 위협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중국 간 관세 전쟁에 따른 교역 위축과 수출 동력 약화에 더해 달러 강세 등 금융 불안 등이 하방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부처들도 긴장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관계부처 합동 TF를 가동, 대응방안을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트럼프 공약의 현실화 여부는 좀 더 지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의하는 경제부총리와 산업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경제성장률 연이어 하향조정? = 1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한국은행도 28일 경제전망을 수정한다.

해당 기관들은 이번 전망에서 올해·내년 성장 전망치를 동시에 내려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KDI와 한은은 앞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5%, 2.4%를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은 2.1%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올해 연간 성장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 목표대로 2.5% 성장률 달성을 위해선 4분기에만 1%가 훌쩍 넘는 성장세를 보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관세전쟁 등 향후 시나리오에 따라 내년 성장률이 2% 선을 밑돌 가능성이 거론된다.

◆거세질 통상압력 = 당장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무역수지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62조원)를 기록했다.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하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FTA 재협상 최우선 대상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한미 FTA 재개정을 언급한 적도 없다.

미 의회가 예고한 상호무역법 제정은 한국에 무역수지 개선을 요구할 때 또 다른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의 관세가 더 높으면 미국도 상대국과 같은 관세를 매길 수 있는 상호무역법을 제정할 방침을 밝혔다. 상호무역법이 미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은 한국에 ‘보복 관세’를 매길 법적 근거가 생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트럼프 노믹스 2.0과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차 관세 전쟁’을 펼치면 우리 경제가 직접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간 등 대립 양상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하락 압력이 최소 0.5%p에서 최대 1.1%p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전쟁으로 교역이 위축되면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경제성장률 둔화로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고용 시장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

◆보편관세 강행할까 = 특히 트럼프가 공약한 ‘보편관세’의 현실화 여부가 관건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최대 60%, 나머지 수입국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 등 우방국과도 관세전쟁을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EU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유럽산 철강(25%)과 알루미늄(10%)에 관세를 매기자 2019년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대규모 무역전쟁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 가까운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보편적 관세를 시행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가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거나 중국에 25%p 관세를 추가하는 시나리오 등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최근까지 우리나라 소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관세 전쟁에 따라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경우 성장 동력은 더욱 약해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비중을 20% 넘게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둔화되는 것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미 중국의 내수 침체는 우리 반도체산업의 제약요인이다.

◆불안한 외환시장 = 외환시장도 불안하다. 트럼프 당선 직후 원달러 환율은 한 때 1400원을 넘어섰다. 달러 강세는 원화 가치를 하락시키고 원유를 비롯한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린다. 국내 물가가 전년 대비 1%대까지 상승폭을 줄였지만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물가 불안은 국내 기업 수익성과 투자심리, 가계소비 여력에 부정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1기와 달리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 이외의 대규모 무역 적자국에 대한 통상 갈등이 ‘2차 관세 전쟁’의 주된 이슈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주부터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대선 공약을 실행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전체 공약의 절반 정도만 실행됐다”며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결국 물가를 자극하게 되고 미국내 경제에도 중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어 공약 실행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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