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해양강국전략 채택하나

2024-11-11 13:00:02 게재

동맹 손잡고 조선산업 부활 시사 … 한국조선산업 생태계 강화 시급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새로운 해양전략이 한국의 조선산업에 새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 조선산업이 가진 생태계 취약성을 해결하지 못하면 기회를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한국과 협력 요구는 중국에 뒤처진 해운·조선산업을 복구하겠다는 미 의회의 신해양강국 요구와 잇닿아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미국과 한국 조선산업 협력 움직임은 미 해군이 앞장섰다.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앞줄 왼쪽 두번째) 미국 해군성 장관이 정기선(앞줄 왼쪽 세번째) HD현대 정기선 부회장과 함정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HD현대 제공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장관은 지난해 9월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미국 조선 활성화, 다른 해양 국가와의 연합 구축, 교육 훈련을 통한 해양국가전략개발 등 새로운 해양전략을 촉구하며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지난해 11월엔 볼티모어의 해안경비대 야드에서 정부조선위원회(GSC) 창립 회의도 주도했다. 정부조선위원회는 국가의 조선 및 유지·보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 의회도 나섰다. 미 의회는 지난 4월 중국의 해양패권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을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함께 발표했고, 미 해군은 이 지침을 채택했다.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조선 및 해운 국가로 자리 잡았고, 조선 능력은 미국보다 230배 크다.

보고서는 “미국의 국내 해운 및 조선 산업을 재건하는 비용과 시간 및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모색”할 것을 요구하는 등 중국에 뒤처진 해운·조선 능력을 다시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제안했다.

미 해군과 의회가 앞장서고 있는 미국의 해운·조선 경쟁력 강화 등 새로운 해양전략은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전 대한조선학회장)는 11일 “미국이 한국조선산업에 도움을 요청하는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자재와 기술인력 공급 등 한국 조선산업의 취약한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6월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지만 필리조선소는 기자재공급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미국 조선산업이 직면한 현실이다.

한국조선산업도 기자재 공급망은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연구원 오승환 연구원이 발표한 ‘한·중 조선산업 조달경쟁력 분석과 조선기자재산업 발전 방향’에 따르면 조선산업 조달경쟁력은 현재 한국이 중국보다 앞서 있지만 5년 후에는 격차가 없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가스운반선 중심으로 편중돼 건조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기자재 생태계 약화가 우려되지만 중국은 풍부한 내수와 정부의 기자재 국산화 추진으로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업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60%를 수주했고 세계 최다 선박 생산국으로서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해운·조선업 2024년 3분기 동향 및 2025년 전망’에서 “현재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와 우리 업계의 점유율 감소는 1990년대 한국과 일본의 관계와 비슷해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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