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기후위기 시대 기성세대의 품격
친구야, 우리가 환갑 되었구나!
친구야, 환갑을 축하한다! 우리의 젊은 날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빠르긴 하다. 너와 함께 보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이 있었기에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즐거웠다.
그런데 나는 요새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습관 때문인 것도 같고 밤늦은 시간에 인터넷을 많이 봐서 그런 것도 같다. 아니, 나이가 들어 그런 것 같다. 잠이 오지 않는 날,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껏 제대로 살아왔나? 남은 시간 무얼 하지? 무언가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혼잣말을 시조 읊듯이 한다.
자유와 경제성장의 열매를 얻었지만
그러다가 이런 노래도 부른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 ‘째째하게 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그런 노래를 부르면 짓밟혀 어지럽던 교정의 잔디가 생각난다. 얼마 전 모교에 가보니 교정의 그 잔디는 신식 건물이나 이국적 나무들에 자리를 내주었더구나.
우리 학생 때 봄이 되면 라일락꽃 향기와 최루액 냄새가 뒤섞인 향긋하지 못한 교정을 뛰어다니곤 했었지. 축제랍시고 최루탄 가루 뒤집어쓴 아카시아 꽃잎을 잔에 띄워 기울였지. 자유와 평등, 평화, 통일, 민족의 기상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그 얼마나 억세게 주먹을 쥐었었냐? 역사의 명령이나 받은 사람처럼 부수고 무너뜨렸다. 그리고 우리는 자유와 경제성장이라는 열매를 얻었지.
친구야, 이제 나는 질풍노도의 시간을 지나 거울 앞에 설 시간인 것 같다. 이제는 어떻게든 그 뒷자리를 내가 정리해야 할 것 같다.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 그 아들이 낳을 손녀 손자에게 거기를 청소하라고 떠넘기는 건 창피한 일인 거 같아서 말이야.
인공지능 등장과 커지는 기후위기 위협
이런 생각도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가진 시간과 체력의 잔고가 해야 할 일에 비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하나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때 우리 나이와 같은 오늘날 청년들은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 코로나로 인한 세계화의 중단,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 제대로 취업조차 하지 못하고 있더라. 거기에다가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이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로 부상하고 있잖아.
더욱 치명적인 것은 기후위기라고 생각해. 2011년에 나는 ‘우리가 행동해야 할 이유’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순회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실천활동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엊그제 뉴스를 보니 스페인에서 넉 달 치 강수가 하루 만에 쏟아지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더구나.
미래세대를 위한 실천활동을 함께해야
이제 바쁘다는 이유로 그 일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겠어. 내 후손들이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겪어야만 하는 예정된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 한다. 이건 내가 담당할 역할이 있을 것 같다. 친구야, 이 일 나랑 함께 하지 않을래. 뜬금없는 말을 해서 미안하다만 너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고 용기 내서 제안한다.
건강해라. 주변에 아프다는 사람이 자꾸 나타나 마음이 아프다. 아무거나 먹고 함부로 버리고 아무 데나 묻어 버린 물질들이 부메랑처럼 우리 몸으로 돌아와서 그러는 것 같은데 그것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