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금 당장 웃자, 비바 청춘!
수능을 코앞에 두고 서울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가득한 수험생들을 봤다. 기특하고도 안쓰러운 마음이 샘솟았지만 “수능이 끝나면 이래라저래라”하는 식의 ‘꼰대’ 발언은 참아야겠다.
필자로서는 구청장 신분으로 맞이하는 7번째 수능이다. 그간 여러 방면으로 수험생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위로해왔지만 2018년 초선 임기 첫해의 수능 다음날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당시 노원구는 수험생을 위한 힐링콘서트를 처음 시도했다. 뜻밖의 강추위로 기대보다 적은 인원이 모였지만 칼바람도 이겨내는 청춘의 열정과 해맑은 웃음을 기억한다.
청소년들이 즐길공간 만들어 놀 수 있게
이들의 웃음이 수능 다음날에만 잠시 스쳐 가게 할 것인가. 국가적인 중대사 대접을 받는 수능이라지만 수험생활과 무관한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 학교 밖에서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또 언제 웃어 볼 것인가.
구청장 공약들을 다듬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대상자별 맞춤 테마를 선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테면 어르신에게는 건강,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과 동등한 활동 보장, 영유아에게는 돌봄, 청년에게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참여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은? 진로를 탐색하고 학업에 충실할 수 있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즐김’을 놓을 수 없는 분명한 이유를 그날 찾은 셈이다. 시작은 학교 안의 빈 교실 같은 유휴공간을 찾아 청소년의 필요에 맞고 마을의 창의성에 맞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뚝딱 프로젝트’였다. 학생들의 참여 속에 어떤 학교에는 카페가 다른 학교에는 갤러리가 생겨났다.
청소년 당사자와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 모두의 호평에 힘입어 학교 밖에서도 즐길 곳을 만든 것이 ‘청소년 아지트’다. 2020년 1월 세 곳이 일제히 문을 열었고, 최근 노해청소년체육시설에 새로 개장한 노해아지트까지 총 8개를 만들었다. 이는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이곳은 청소년들이 놀이 휴식 공부 요리 문화 등을 각자의 필요에 맞게,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율공간이다.
오늘이 행복한, 내일이 기대되는 약속
행복한 청소년의 웃음에 신이 났는지 욕심이 났는지 더 해주려고 벌인 일이 너무나 많다. 건강하게 땀 흘리며 웃는 모습을 보고는 청소년 체육시설을 늘리며 전국 최고 수준의 X-게임장도 만들어봤다. 내년에는 인도어카트와 암벽등반을 포함한 이색 실내레포츠 체험시설 ‘점프’도 선보인다.
말 못할 성고민에 속앓이하는 모습에 청소년성상담센터를 전국 최초로 설립해 직영하기도 했고, 알아서들 하하호호 기발한 아이디어로 또래들과 어울리는 모습에 청소년 관련 행사나 축제는 청소년 스스로 기획 단계부터 주도할 수 있게 했다.
기성세대의 눈에 그들은 미래겠지만 그들의 삶은 엄연한 현재로서 실존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웃음은 ‘오늘이 행복한’ 노원의 상징이자, ‘내일이 기대되는 노원’의 약속이다. 이렇게 낙엽 지는 늦가을에 기성세대는 ‘잊혀진 계절’을 그리워하고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시며 처연해지지만, 그들의 걸음걸이는 ‘푸른 봄’과 같다. 아파서 청춘인 게 아니고 푸른 봄 같아서 청춘일 것이다.
수능을 앞두고 청소년들에게 ‘꼰대’ 같은 발언을 기어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하자면 부디 오늘을 즐기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구청장 아저씨가 그 웃음 곁에 함께 하겠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