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트럼프의 ‘네오콘 배제’가 뜻하는 것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의 행보와 관련, 한국시간 11일 아침 두가지 뉴스가 눈에 띄었다. 보수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거래와 억지’로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전현직 참모들 견해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과시해 적들에겐 공포심을 심어주고 동맹국들로부터는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로, 모든 분쟁에 미국이 끼어들어 중재하고 외교적 해법을 제시하고, 스스로가 평화의 중재자가 되려할 것이란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WSJ는 트럼프가 오래전부터 “끝없는 전쟁에 반대해왔다”고 전했다.
동시에 그의 참모들은 트럼프가 “동맹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공짜 밥을 먹는 손님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날 또다른 뉴스는 영국 텔레그래프로부터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전쟁을 주장하는 네오콘과 매파 인사들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제외할 것이란 방침을 공개했다는 보도다. “트럼프행정부에 네오콘과 매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최대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우파 성향 미국 코미디언의 트윗에 트럼프 주니어는 “100% 동의한다.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 답글을 달았다고 한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시기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을 뿐 아니라 차기 백악관 실세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충성파’ 중심 행정부 인선을 강조하며 정권 인수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겠다고 공언해 네오콘 배제는 현실화할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의 맥락에서 볼 때 ‘힘을 통한 평화’와 ‘네오콘 배제’, ‘끝없는 전쟁 종식’은 필수조건일 듯싶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전쟁과 분쟁을 가라앉혀 대외여건을 안정화해야 대중국 전략경쟁과 보호무역 강화, 동맹국들로부터 ‘공짜 점심’ 회수 등 자국 이익 극대화 정책에 매진할 수 있다는 논리구조가 성립된다.
특히 전쟁 반대는 트럼프가 대선 기간 자신의 공약집 ‘어젠다 47’에서 분명하게 밝힌 의제다. 그는 “해외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척 하면서 우리를 끝이 없는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세계주의 네오콘 기득권 체제를 완전히 해체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적용 대상은 트럼프 스스로 공언해온 우크라이나전쟁의 종식이다. 크렘린은 부인했지만, 트럼프가 대선 다음날 푸틴과 통화해 확전을 말리면서 전쟁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후속회담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이유로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무기 지원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은 ‘트럼피즘’의 미국이 몰고 올 변화와 멀어도 너무 먼 느낌이다.
김상범 외교통일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