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한 정부, 전자담배 과세 시동 거나
연구용역 중간보고서 “발암성 등 유해성 확인, 규제 필요”
‘유해성 있어야 과세’ 주장하던 기재부, 근거로 활용 가능성
정부가 발주한 전자담배 유해성을 점검하기 위한 연구용역의 중간보고서에서 ‘유해성이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아 과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이 연구보고서가 과세의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유해성 확인’ 연구보고서가 3년 연속 대규모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오면서 2015년 담배세 인상 때와 같이 전자담배 과세를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사전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검증 연구’ 용역보고서의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연초·합성 니코틴 원액의 정량 분석 결과 연초 니코틴과 합성 니코틴 원액 모두에서 발암성이나 생식독성과 같은 ‘상당수 유해물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용역은 ㈜캠데이터부설 국제특성분석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 6월 13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13일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전자담배에 활용되는 합성 니코틴도 연초 니코틴과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형평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합성 니코틴 원액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것은 니코틴 합성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반응물질과 유기용매가 사용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며 “최종적으로 니코틴의 순도를 높이는 정제 과정이 있으나 니코틴 합성 과정에서 사용 및 생성된 반응물질, 용매, 부산물 등이 잔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또 “연초 니코틴 원액의 경우 담배 식물에 있는 니코틴을 추출·정제하기 위해 사용한 유기 용매가 검출된 것으로 해석되며 연초가 본래 갖고 있는 자연 성분인 알칼로이드·대사체 등도 잔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 판매업자 등은 합성 니코틴 원액이 정제 과정을 거친 ‘순수 니코틴’으로 연초 니코틴 원액보다 덜 해로운 것으로 주장해왔으나 실제 합성 니코틴 원액에는 유해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연초 니코틴 원액과 마찬가지로 합성 니코틴도 연초 니코틴과 동일하게 규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니코틴 원액은 첨가제·용매제를 더해 전자담배 액상 제품으로 제작·판매되고 있으며 선행연구 등에서 전자담배 액상 제품 분석 결과 유기용매를 비롯한 발암·독성 물질이 포함된 것이 확인된다”며 “분석 결과 연초·합성 니코틴 원액 모두에서 건강에 유해한 물질이 검출되었으므로 각 원액의 제품 설명과 판매·판촉 과정에서 활용되는 ‘무담배’나 ‘순수’ 물질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향후 오인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용어 사용은 배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연구용역보고서 활용방안과 관련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니코틴 원액(합성·천연)내 유해성분의 종류 및 함유량을 파악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총체적 분석해 니코틴 근원에 따른 유해성을 파악하고 규제 방안을 검토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복지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판단과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기재부는 그 일환으로 ‘과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전자담배 과세를 위한 담배사업법 개정안 심사에서 당시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전자담배의 유해성 여부가) 정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과세하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 때문에 지금 그 부분은 정책적으로 아직 과세대상으로 넣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2023년 법안심사과정에서도 “담배가 가지는 그 유해성 때문에 세금도 더 많이 부과를 하는 것”이라며 “니코틴을 그냥 합성해서 하는 부분이 과연 유해하냐 아니냐하는 부분에 대해서 판단이 안 섰다”고 했다. 이어 “모양이 비슷하다든지 여러 성분 중에 니코틴이 들어간 것은 같다든지 이런 이유만으로 담배세와 똑같이 세금을 부여하고 담배에 정의해 놓고 하기에는 현재 과학적인 근거나 분석이나 이런 부분이 조금 미흡한 상황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했다.
이는 유해성 판단이 나왔다면 과세가 가능하다는 의견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준규·김규철·성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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