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구속영장, 검찰 수사 확대될까
김영선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영장 청구
불법 여론조사·창원산단 선정 개입 등 의혹 눈덩이
윤 대통령 부부 대상 수사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
검찰이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향후 수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관여 의혹, 지난 대선과정에서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 창원 국가산업단지 선정 개입 의혹 등 명씨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들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전날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고령군수 예비후보 배 모씨, 대구광역시의원 예비후보 이 모씨 등 4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4일 오후 창원지법에서 차례로 열린다.
명씨는 지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되도록 도와주고 20여차례에 걸쳐 김 전 의원의 세비 9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명씨는 또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배씨와 이씨로부터 공천대가로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다만 배씨와 이씨는 공천 과정에서 탈락했고,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일부를 돌려받았다.
이와 관련 명씨는 지난 검찰조사에서 “단돈 1원도 받아본 게 없다”며 공천개입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또 미래한국연구소는 본인 소유가 아니며 김 전 의원에게서 받은 돈은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명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음”이라고 혐의를 분명히했다. 명씨가 공천과 관련해 김 전 의원과 배씨, 이씨로부터 정치자금을 주고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최근 배씨로부터 “명씨가 공천을 약속해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드러난데다 휴대전화 폐기 등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는 만큼 구속영장 발부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관심사는 검찰의 향후 수사다. 검찰은 명씨와 주변인들의 돈거래에 초점을 맞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명씨를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대선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위해 81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3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 대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김건희 여사에게서 약속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다”고 말하는 통화 육성까지 공개됐다.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혐의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명씨가 미리 조사를 실시해 국민의힘 당원들의 지지 성향을 파악한 뒤 이를 활용해 공식여론조사 때 방해조사를 실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서 명씨는 “그때 ARS(자동응답시스템)을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상대편 지지자가 누군지 쫘악 뽑아져 나온다”며 “진짜 (여론조사가) 돌아가는 날 우리도 조사하면 안 되나, 상대 지지자에게 전화하면 그 다음 전화를 받느냐”고 했다. 당원 성향을 미리 파악한 뒤 경선 여론조사 당일 상대편 지지자에게 전화해 마치 조사에 참여한 것처럼 여기게 하면 공식 조사에 응하지 않게 된다는 것. 명씨가 여론조사를 활용해 국민의힘 경선에 개입했음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다.
창원산업단지 선정과 관련해선 명씨가 최초 입지를 제안하고 부지 범위와 경계를 최종 조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창원시청 공무원의 폭로도 나왔다.
명씨 관련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제기된 의혹 전반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의혹 대부분이 윤 대통령 부부와 닿아있기 때문이다. 명씨 의혹을 캐다보면 현직 대통령 부부를 수사해야 할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어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부적절한 일을 한 적도 없고, 감출 일도 없다”며 명씨 관련 의혹과 선을 그은 바 있다.
창원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일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명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은 다 참고하고 있고,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면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