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물 빼돌린 경찰관 나란히 재판행
압수된 거액의 현금을 빼돌린 현직 경찰관들이 나란히 재판에 넘겨졌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최순호 부장검사)는 전날 서울강남경찰서 소속 A경사를 업무상 횡령 및 야간방실침입절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 경사는 강남경찰서 압수물 창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3억원을 총 20차례에 걸쳐 횡령하거나 절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 경사는 올해 6~7월 압수물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압수물 창고에 있던 압수된 현금 7500만원을 8회에 걸쳐 갖고 나와 선물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타부서로 옮긴 후에도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압수물 담당자로부터 보관창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총 12회에 걸쳐 현금 2억2500만원을 갖고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A 경사가 압수물 관리 담당자로 지정됐음에도 경찰 과학수사플랫폼(SCAS) 접속과 관련한 권한을 부여받지 않고 전임 담당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해 압수물 관리 업무를 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A 경사는 이 점을 이용해 자신이 압수물 관리 담당자로 지정된 후에도 실제 업무는 전임자가 계속 담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보완수사 결과 A 경사가 경찰서 내 압수물 관리 업무 분장이 엄격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악용해 담당 업무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않고 전임자에게 계속 미루면서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김은하 부장검사)도 같은 날 용산경찰서 강력팀 소속이었던 경찰관 B씨를 업무상 횡령,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B씨는 자신이 담당했던 보이스피싱 사건 4건의 압수물 현금 약 3억원을 2년에 걸쳐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빼돌린 현금 대부분을 카드대금과 대출금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또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압수물을 계속 보관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 내용의 공문서와 공전자기록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경찰관은 모두 직위해제된 상태다.
한편 경찰은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현직 경찰이 압수물을 빼돌리는 비위행위가 잇따르자 전국 경찰서를 대상으로 증거물 관리 현황 전수조사에 나선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