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AI·반도체 90조원 지원”…라피더스 집중 지원할 듯
2030년까지 경제안보 관련 지원책 확정 발표
이달 말 경제종합대책서 감세안 등 내놓을 듯
이시바 2차 내각 출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차 내각 출범과 함께 대규모 경제 지원책을 내놨다. 특히 경제안보 및 미래 먹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시바 새 내각은 이달 말까지 이러한 내용 등을 담은 종합적인 경제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11일 저녁 늦은 시간 2기 내각 출범에 맞춰 기자회견을 갖고 반도체와 AI 분야에 10조엔(약 90조원) 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세계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일본경제를 목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반도체와 AI 분야에 2030년까지 10조엔 이상 공적인 지원과 함께, 향후 10년간 50조엔(약 450조원)을 넘어서는 민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방식은 정부기관을 통한 출자와 대출에 대한 민간 금융기관의 보증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해 지원하는 방안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지원 방안이 제대로 진행되면 경제 전반에 160조엔(약 1440조원)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일정과 관련 우선 일본 반도체 업체 ‘라피더스’에 대한 정부기관을 통한 채무보증과 출자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제출해 내년 초 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소니그룹과 소프트뱅크그룹, NEC, 키옥시아 등 8개사가 73억엔(약 650억원)을 공동 출자해 설립한 반도체 기업이다. 설립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 개입했고, 올해까지 총 1조엔(약 9조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했다. 현재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 공장을 짓고 있고, 2027년부터 2나노급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경제안전보장 관점에서도 반도체 분야에서 최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해마다 보조금을 책정해 투입하는 방법으로는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차원의 계획적인 지원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금인상과 소득세 감세 등과 관련한 내용을 밝혔다. 그는 “임금인상을 지방과 중소기업에서도 실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년 춘투에 임금인상과 최저임금의 중기적 인상방침에 대해 이번달부터 노사정 논의를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103만엔의 벽’으로 불리는 소득세 면세 구간 상향을 내용으로 하는 세제 개정에 대해서도 “국민민주당의 제언에 대해 여당으로서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이시바 2차 내각이 향후 정치개혁 및 국회운영과 함께 세법개정과 예산 처리의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은 “정부 여당이 올해 말까지 내놓을 2025년도(2025년4월~2026년3월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부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관례로는 매년 2월 말 중의원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됐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민주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양보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중의원 의석 28석을 확보한 국민민주당은 소득세 면세구간인 연 소득 103만엔(약 930만원)을 상향해 178만엔(약 1600만원)으로 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소득세 면세점을 상향해 여성과 학생 등 낮은 보수를 받는 파트타임 근로자나 아르바이트의 실질소득을 올려주자는 제안이다. 일본 정부는 야당 방안대로 감세를 추진할 경우 약 7조6000억엔(약 6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여야간 협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금액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고 일본 언론은 내다봤다.
한편 일본 중의원은 11일 특별국회를 소집해 103대 내각총리대신 지명선거를 실시했다. 이날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는 1차와 결선투표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 의원 전원이 투표해 221표를 획득했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1차 선거에서 151표, 결선투표에서 160표를 얻었다. 공산당을 제외한 다른 중소 야당은 결선투표에서 자기 당 대표에게 투표해 무효표로 처리되면서 다수결에 의해 이시바 총리가 선출됐다.
일본 중의원에서 총리 선거가 결선투표까지 간 경우는 1994년 이후 30년 만이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191명)과 공명당(24명) 당선자와 친여당 성향 무소속 후보를 합쳐도 과반(233석)에 미치지 못하는 ‘소수여당’으로 전락하면서다. 아사히신문은 12일 “이시바 총리는 이날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4차례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면서 “소수여당이 계속되는 한 예산도 법안도 성립될 수 없는 상황에서 총리의 양보 이외는 길이 없어 야당에 머리를 숙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