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물량줄이기에 낙농가 위기
남양유업 계약물량 33% 감축
흰우유 시장 매년 축소 위기
2026년 유제품 무관세 수입까지
최근 남양유업이 경영난 등의 이유로 원유매입량을 줄이자 낙농가에 불똥이 떨어졌다. 13일 낙농업계 등에 따르면 남양유업 소속 4개 집유조합(천안공주 예산 아산 대전충남)이 세차례에 걸쳐 원유감축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원유생산 낙농가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남양유업은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해당 집유조합에 10월말 ‘내년 1월 1일부터 공급계약량 30% 감축’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남양유업 경영난으로 장기간 영업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낙농가들은 반발했다. 두달여 정도 기한을 남기고 공급량 30% 감축 통보를 받아 사실상 낙농사업을 포기하라는 요구와 같다는 것이 낙농가 입장이다. 기존 대비 생산량을 30% 이상 줄이게 되면 젖소 관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정부가 조정에 나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남양유업 사태로 원유차등가격제 도입 취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낙농육우협회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 유업체들은 제도참여를 통해 국내 원유수요 기반 확대 및 자급률 향상을 명목으로 예산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경영상의 이유로 제도참여기준을 훼손하는 수준의 물량감축을 예고하면서 농가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원유생산 감축 문제가 거론됐다. 국회 박수현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공주부여청양)은 12일 예결위 질의에서 “원유생산 낙농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국내 낙농가들은 원유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및 생산비 상승 등으로 원유생산량 및 농가수가 줄어드는 실정”이라며 “가뜩이나 낙농가의 생존에 대한 위협과 불안이 큰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남양유업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남양유업 계약량 30% 이상 감축에 대응해 ‘감축 조정안’을 제안하는 등 농가와 회사 간의 중재협상과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입된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농가가 보유하고 있는 쿼터량 중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음용유 비중과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정산되는 가공유 비중을 정하는 제도다. 올해 원유가격 협상과 함께 쿼터 중 88.5%는 음용유로, 5.0%는 가공유로 물량을 정했다.
유업계에서는 마시는 흰우유 시장이 매년 축소되고 있어 계약물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흰 우유 시장규모는 지난해 1조6591억원으로 2020년 1조7529억원에 비해 1000억원 가량 줄었다.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7년 3000톤에서 2023년 3만7000톤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2026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제품은 모두 무관세가 적용돼 해외제품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우유시장 변화에 지속가능한 낙농업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2019년 5000호였던 낙농가 수는 2023년 4500호로 10%가 감소했다. 원유생산량의 경우도 2022년 197만5000톤에서 2023년 193만톤으로 2.3%가 줄어들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