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조선 협력 치고 나가는 한화오션
함정 MRO 두번째 수주
트럼프와 인연도 화제
한화오션이 미국과 조선산업 협력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한화오션(대표이사 김희철)은 12일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USNS YUKON)의 정기 수리사업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공식화한 이후 나온 첫 번째 유지·보수·정비(MRO)사업 수주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소로는 처음으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함의 MRO사업을 수주한데 이어 세 달 만에 두 번째 수주에 성공했다. 회사는 올해 미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포르사무소에서 발주한 MRO 2건을 모두 수주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994년 3월 취역한 유콘함은 전장 206m, 전폭 29.6m로 배수량은 3만1000톤급 규모다. 한화오션은 내년 4월까지 수리해 미국 해군 측에 다시 인도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의 미국과 조선협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인수 후 미국과 상생 비즈니스 구도를 확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4월 미국에 종속회사로 한화쉬핑을 설립하고, 6월에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해운에서 사용하는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은 같은 산업 생태계에 있다. 한화오션은 “당사가 개발 중인 친환경·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선박 운용을 통해 실용성 안정성 검증 확보와 함께 고객들과 적극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화쉬핑을 설립했다고 공시했다. 미국은 중국에 비해 뒤쳐진 해운·조선산업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필리조선소 인수는 HD현대중공업을 추월한 성과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은 필리조선소와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신조 및 MRO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방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달 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결단을 보였다.
필리조선소는 2003년 이후 연안무역법 적용을 받는 미국 대형 상선 50% 이상을 건조했고, 군을 포함한 정부가 운용하는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를 핵심 사업영역으로 두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스티븐 쾰러 제독(대장)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호를 함께 둘러보기도 했다. 한화오션 측은 “이 자리에서 미국 해군 함정 MRO사업의 추가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지역 유지보수 프레임워크(RSF) 정책에 따라 군수 정비 허브를 인도·태평양 지역 5개국에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한국을 방산 협력의 중요 거점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화오션과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도 화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1998년 6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대우중공업과 같은 그룹 소속이던 대우건설은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으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부산 대구 등 7곳에 ’트럼프 월드‘라는 브랜드로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