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야학’ 살려낸 수원시민의 힘
자원봉사·수원경실련·FC 협력
모금운동 벌여 공간문제 해결
경기도 수원에서 장애인들에게 17년째 배움터를 제공해온 야간학교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에 힘입어 교육공간을 확장·이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원시 산하기관인 자원봉사센터와 시민단체인 수원경실련, 시민구단인 수원FC가 함께 시민모금운동을 전개한 민·관협력 성공사례여서 눈길을 끈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12일 “지난 8월 12일부터 시작한 ‘새벽빛 장애인야학 살리기 모금운동’을 통해 이날까지 목표액인 7300만원을 모아 후원계좌를 마감했다”고 밝혔다.
앞서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 6월 초 권선구 오목천동에 소재한 ‘수원새벽빛 장애인야간학교’가 이전할 장소에 인테리어와 집기류 등이 없어 공간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실사를 나갔다. 이어 올해 대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눔문화 프로젝트에 전략형 사업으로 이를 반영했다.
하지만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사용 및 기부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제5조 1항에 따라 기부금품 모집에 나설 수 없어 수원경실련에 도움을 요청했다. 수원경실련은 내부 회의를 거쳐 이를 수락, 시민단체가 모금하는 전국 최초 장애인야학 돕기에 나서게 됐다. 여기에 수원FC도 동참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7월 11일 자원봉사센터와 수원경실련, 수원FC가 업무협약을 맺고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수원경실련은 후원계좌를 개설해 모금활동을, 수원FC는 홍보와 전파를,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영상제작, SNS 홍보 등의 역할을 맡았다. 모금활동은 ‘단 한번, 만원의 기부’라는 슬로건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에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모금운동은 성공적이었다. 수원시 공직사회와 각 동별 기관·단체를 시작으로 기업체, 일반시민들로 기부행렬이 이어졌다. 매교동에 사는 유복단(73)씨는 5개월 동안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장애인야학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유씨는 “수원 제일평생학교(옛 제일야간학교)를 다니던 때가 가장 행복했고 기억에 남는다”며 “기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야학 강사로 활동했던 기업인과 라면 기부단체로 알려진 비영리 단체 ‘더 코너스톤’ 등 각계각층의 후원도 이어졌다. 정종각 아이비티 대표이사는 지난 6일 수원자원봉사센터를 찾아 500만원을 기부했다. 정 대표는 대학 시절 대전시민회관 지하 성산야학에서 강사로 활동한 경험이 떠올라 나눔운동에 동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벽빛장애인야학은 모금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신승우 새벽빛야학 교장은 “지역사회에서 성인 장애인평생교육기관의 요구를 받아주고 함께 고민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일 것”이라며 “처음에는 ‘과연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줄까’ 의심하며 믿지 못했는데 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이번 일을 발판삼아 지역의 다른 문제들도 주민들이 힘을 모아서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도와준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이전하는 교실에 한분한분의 이름을 새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상연 수원경실련 대표는 “그동안 시민단체 활동은 시정, 도시계획, 환경 등 정책적 평가·대안 제시에 집중했는데 이제 시대가 변한 만큼 실천운동 중심의 새로운 사업에 나서게 됐다”며 “무엇보다 큰 성과는 우리사회가 정말 따뜻하고 나보다 남을 돌보려는 분들이 많다는 확신을 갖게 된 점”이라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