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직무대리 검사’ 이의신청 ‘기각’
성남FC재판부 “신청, 법적요건 안 맞아”
검찰 “수십년 정착돼 온 관행이자 제도”
“1일 직무대리 검사의 소송행위는 무효이므로 퇴정하라”는 재판부 명령을 받은 검사가 이의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법관 기피신청으로 맞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원법원 성남지원 형사합의1부(허용구 부장판사)는 성남FC후원금 의혹 사건 공판에서 퇴정 명령을 받은 정 모 검사가 11일 제기한 이의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재판장인 허 부장판사는 공판에서 정 검사가 퇴정 명령에 반발하며 형사소송법 제304조(재판장의 처분에 대한 이의)에 따라 이의 신청하겠다고 밝히자 “이의신청할 수 있으나 법령 위반의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의신청 기각 결정등본’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11일)과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12일) 앞으로 잇따라 보냈다. 여기에는 재판장의 퇴정 명령 조치에 법령 위반 사항이 없으므로 정 검사의 이의 신청은 법적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검사 인사권자는 대통령, 검찰총장 아냐 = 재판부는 지난 7월 22일 공판기일부터 기일마다 검찰에 ‘1일 직무대리 검사’에 대해 시정과 적법한 의견을 요구하다 지난 공판에서 이른바 ‘퇴정 명령’을 했다.
재판부는 명령에서 “검찰총장의 직무대리 명령은 더욱 신중히 시행돼야한다”며 “검찰총장의 1일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청법 제5조와 검찰근무규칙 제4조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청법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검찰총장에게는 검사 인사권이 없는 점, △검사는 소속 검찰청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하도록 검찰청법에 명시하고 있는 점,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사동일체 원칙 용어(검찰청법 제7조)도 이미 20년 전인 2004년경 삭제된 점 등을 제시했다.
반면 정 검사는 “검찰총장 명의로 발령을 받았다”며 “여러 검찰청을 넘나드는 직무대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수원지검 성남지청도 12일 입장문을 통해 “수사검사의 직무대리 발령을 통한 공판업무 수행은 소위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복잡해 수사 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해야 할 중요 사건에서 수십 년 동안 정착돼 온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디에 소속된 어떤 검사가 재판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1일 직무대리, 중복 직무대리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부 기피신청도 냈다.
◆“정 검사 소송 행위는 모두 무효” =
정 검사와 성남지청의 입장을 종합하면 직무대리는 일종의 파견제도로 오랜 관행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측의 관행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은 관행이라는데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며 “검찰근무규칙 제4조(직무대리)도 남용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1일 직무대리’ 명령이 없는 날의 공판준비’에 대해 정 검사가 “퇴근 시간 이후에 야근 등을 이용해 의견서 작성, 증인신문 준비 등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고 하는 주장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 검사의 지금까지 소송행위 모두를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정 검사가 이 사건 관련으로 작성한 의견서, 증인신문 등을 무효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검사가 증인만 478명을 신청한 재판으로 검사 5명이 공판에 출석해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검사 1명만 성남지청 소속이고 나머지 4명은 다른 검찰청 소속이다. 이 4명 검사는 성남FC 공판이 있는 날 ‘1일 직무대리’ 명령을 받아 성남에 와서 직무를 수행한다.
정 검사는 2022년 9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검사로 이 사건을 기소했다. 이후 정 검사는 지난해 2월 인사에서 부산지검으로 발령 났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받아 서울중앙지검 재판 2건, 서울고법과 수원고법 재판 각 1건, 수원지검 성남지청 재판 1건 등 모두 5개 재판에 참여 중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