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탄소시장 지침 합의했지만 절차 투명성 비판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극단적 인플레이션 막기위해 기후행동”
드디어 힘겨운 한 발을 대딛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진행 중인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약 10년 동안 합의를 이루지 못해온 국제탄소시장 세부 지침(파리협정 제6.4조)이 승인됐다. 수천억달러 규모의 국제탄소시장이 본격적으로 출범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됐지만 절차적 투명성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얄친 라피예프 COP29의장국 수석 협상가는 12일(현지 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COP29는 다자간 기후 행동의 중요한 순간으로 총회 첫날인 11일 당사국들은 파리협정 제6.4조에 대한 기준과 이와 관련한 동적 메커니즘에 대해 합의했다”며 “이는 개발도상국에 자원을 제공하고 기후 계획을 이행할 때 연간 최대 2500억달러를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탄소시장과 관련한 파리협정 조약은 제6조다. 이 중 핵심은 제6.2조와 제6.4조다. 간단히 설명하면 제6.2조는 국가 간 자율 직접거래, 제6.4조는 유엔 감독 하에 이뤄지는 중앙집중식 시장 체제다.
파리협정 제6.4조는 교토의정서 체제에서의 청정개발체제(CDM)를 대체하는 성격으로 여겨지는 지속가능발전체제(SDM) 방법론 채택과 관련이 있다. 청정개발체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해 시행한 사업에서 발생한 탄소감축량을 선진국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청정개발체제를 통해 감축실적을 인정받으면 외부사업인증실적(KOC)로 전환하여 국내에 판매할 수 있다. 청정개발체제는 교토의정서 체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2020년 사실상 끝났지만 지속가능발전체제 세부이행지침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종전 방식을 이어왔다. 지속가능발전체제의 핵심은 해외 친환경사업으로 발생한 감축분 크레디트(CERs)를 오로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번 파리협정 제6.4조 세부지침이 승인됐다해도 아무리 빨라도 6개월 뒤에나 실제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더 있지만 유엔 산하의 중앙집중식 국제탄소시장에 대한 강력한 기준에 당사국들이 합의했다”며 “이 시장이 운영되기 시작하면 국가들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기후계획을 이행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탄소시장 합의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비영리단체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의 정책 전문가인 이사 멀더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첫날 논의 없이 (파리협정 제6.4조) 규칙을 채택한 것은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일”이라며 “COP29를 백도어 거래로 시작한 셈으로 투명성과 협치에 대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리협정 제6.4조 메커니즘 감독 기구 전 의장이자 현 위원은 올가 가산-자데는 “이번에 합의된 기준은 견고하다”면서도 “절차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지만 개발도상국에 대한 탄소금융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파리협정 제6.4조를 운영하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고 밝혔다.
사이먼 스틸 사무총장은 “기후위기 영향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며 “모든 국가가 더 과감한 기후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악화되는 기후위기가 인플레이션을 극단적으로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29에서 새롭게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석탄 석유 가스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올해 0.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기온상승 1.5℃ 억제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43% 줄여야 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