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실적부진·ESG ‘C’등급…경영능력 의문
환경오염·산재로 조업정지 반복
석포제련소 2개월간 가동 중단
MBK 인수기업도 ‘ESG 리스크’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영풍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영풍은 수년간 영업손실을 거듭하며 고려아연의 배당금으로 이익을 보전해 오는 상황이다.
또 환경오염과 산업재해 문제로 조업정지를 반복하던 영풍이 최근에는 석포제련소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수 십 년 간 반복되면서 막대한 영업손실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도 ‘C’등급을 받으며 낙제 수준이라는 점이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나선 MBK파트너스 또한 이전에 인수한 홈플러스, ING생명, BHC치킨 등의 기업에서 자주 ‘ESG 리스크’가 불거진 바 있다.
◆고려아연 ‘AA’으로 영풍과 큰 격차 = 13일 금융투자업계와 ESG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풍과 MBK가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및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영풍의 경우 실적 부진에 ESG 평가 또한 ‘C’등급으로 거의 낙제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ESG 평가기관의 2024년 ESG 평가 결과를 보면 서스틴베스트는 고려아연의 등급은 AA를 부여한 반면 영풍에는 C등급을 줬다. 한국ESG연구소 또한 고려아연은 A+인데 반에 영풍은 B+를 줬다. 한국ESG기준원은 고려아연의 등급은 B+로, 영풍은 B로 등급을 부여했다.
영풍의 ESG등급이 저조한 이유는 심각한 환경문제 때문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환경법 위반이 무려 80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불과 1년 반 사이 총 13건이나 적발됐다.
2021년에는 제련 잔재물이 낙동강으로 유출돼 주변 지하수와 낙동강이 카드뮴 등 중금속에 오염된 정황이 있다며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올해 7월에도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아 관련 법률 위반으로 석포제련소 가동을 10일간 중단했다. 게다가 이달 1일 영풍은 대법원에서 석포제련소 2개월 조업정지 처분 판결까지 받았다. 이에 경제개혁연대와 영풍 일반주주들은 11일 석포제련소의 환경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영풍 전현직 이사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자 사망 사고도 잇따랐다. 안동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1997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산업재해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총 15명에 달한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5월 산업안전 근로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 64건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 석포제련소 박영민 대표이사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미이행해 비소 중독으로 근로자 1명을 사망하게 하고 근로자 3명을 직업성 질병에 이르게 한 혐의로 지난 9월 23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첫 번째 사례가 되기도 했다.
◆생산 차질과 막대한 영업 손실 = 이런 영풍의 ESG 리스크는 생산 차질과 함께 막대한 영업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이후 환경청과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35건의 제재를 받은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지난 2022년 81.3%에서 2023년 80%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58.4%로 급락했다.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제련 부문 실적 감소 등 영향으로 지난해 17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영풍이 환경부로부터 석포제련소 통합 환경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매년 1000억원 규모의 환경 투자를 단행하는 상황에서 이번 제재로 막대한 영업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 1일 확정된 60일 조업정지로 인한 손해액은 4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풍이 고려아연을 놓지 못하는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은 별도기준으로 지난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고려아연에서 나온 배당금으로 이익을 보전했는데, 최근 5년간 영풍 몫으로 돌아간 고려아연 배당금은 3576억원에 달한다.
올해 2분기에도 고려아연은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영풍은 지난해 2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으나 이익 규모는 8338만원에 그쳤다. 고려아연 지분에서 파생되는 배당마저 없었다면 손실을 면치 못했다. 고려아연 배당이 없었다면 더 초라한 영풍 실적이다.
◆국가기간산업을 경영할 자격 있나? = 영풍과 함께 손잡은 MBK 역시 ESG 리스크 측면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MBK가 인수한 기업들이 각종 ESG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MBK에 인수된 홈플러스는 인수 차입금 상환을 위해 20여개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했고, 1만명 이상의 인원이 감축되면서 노조의 강한 반발을 샀다.
MBK가 투자한 BHC 역시 경쟁사와의 소송, 가맹점주 대상 갑질, 과도한 소비자 가격 인상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2022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3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ESG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MBK가 ESG경영 낙제생인 영풍과 손을 잡고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향후 고려아연에서 발생할 문제 등의 우려로 시장의 공감을 얻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