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예산안 쟁점 분석 ⑤ 가상자산 과세 유예

기재부·국세청 “2021년 시스템 완료”

2024-11-13 13:00:29 게재

국회예산정책처 “반복적 유예, 신뢰 저해”

미국·영국·호주·독일·일본 등 이미 과세 중

민주당 총선공약 ‘과세 공제액 상향’ 제시

▶1면에서 이어짐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 기획재정위 전문위원실에서는 ‘과세 유예 신중’을 요구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이유에 대해 “가상자산을 과세하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OECD를 필두로 가상자산 관련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 영국 호주 독일 일본 등은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기재위 전문위원실 “시황 등 의존, 오히려 불안정성 야기” = 국회예산정책처는 또 “반복적인 과세 유예는 납세자에게 가상자산 소득 과세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납세 순응도와 조세정책 신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유예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전문위원실의 조세분야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도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안에 대해 “조세 행정의 신뢰도, 시장 영향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과세 연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의 준수를 위해서도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조속한 과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황 등에 의존해 과세여부를 계속 번복하는 것은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고 오히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금투세도 폐지됐는데 이것과 연결해 왔던 가상자산도 유예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780만명에 가까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올 6월말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778만명이다. 6개월만에 133만명이나 증가했다. 1억원 이상 보유자도 8만1000명에서 10만4000명으로 30% 가까이 늘었다.

◆기재부 “유예하면 과세형평성 저해” = 정부의 ‘연기 이유’는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에 도입해 1년 정도의 유예를 두고 2022년에 도입하려고 했다가 당시 야당(새누리당) 의원들 중심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등 관련 사업자들이 세금 인프라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제기하며 1년 유예시켰다. 그러고는 윤석열정부 들어 2023년에는 가상자산 시장 여건, 투자자 보호제도 정비 등을 내세워 1년 더 유예했다. 이번에도 2년 유예 이유는 같다. 금융투자소득세 두 번 유예하다가 결국 폐기했던 경로와 비슷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11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당시 기재부 1차관은 “과세자료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고 어떻게 신고·납부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국세청이 개발해 놨다”고 했다. 국세청 소득세 과장도 “현재는 시스템 프로그램은 다 개발이 됐고 현재 테스트를 하고 있어서 최종 완료가 12월 말까지 된다”면서 “12월 중에 거래소로부터 실제로 한번 데이터도 받아 보는 그런 (시험) 테스트까지 다 완료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기재부 1차관은 “가상자산 과세 이행을 위한 후속 절차를 착실히 차질 없이 준비 진행 중에 있다”며 “법적 안정성이라든지 정책 신뢰성 차원에서 예정대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과세를 유예하게 될 경우 이미 과세 중인 국내의 다른 투자자산, 특히 해외 주식이라든지 비상장 주식과의 과세 형평성이 저해되는 부분도 있다”며 “해외 주요국들 같은 경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하에 가상자산에 대해 이미 자본이득세 또는 기타소득세 방식도 과세 중인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행대로 일정에 맞춰서 예정대로 과세해야 된다”고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를 연기하는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반면 민주당은 가상자산 공제액을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만약 민주당이 유예쪽으로 방향을 틀면 원칙이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공약 파기 논란까지 일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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