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민주당, 이번엔 ‘가상자산 과세' 시험대

2024-11-13 13:00:30 게재

국회 기재위·예산정책처 ‘유예 신중’ 주문

780만명 투자자 앞 ‘원칙 훼손’ 가능성

원칙과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자 1500만명의 표심을 고려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가산자산 과세’라는 또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가상자산 과세는 금융투자소득세와 같이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민주당 주도로 도입했고 윤석열정부 들어 연거푸 ‘유예’가 시도되고 있다. 민주당은 ‘유예 반대’ 입장을 명확히 내놨고 국회 싱크탱크인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 기획재정위 전문위원실에서도 ‘유예 신중’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금융투자세 폐지’와 같이 투자자 보호 등의 이유를 들어 표심을 고려한 민주당의 변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가상자산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780만명에 달하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압박에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때와 같이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14일에 본격적인 세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정부와 의원들이 제출한 가상자산 과세 2~3년 유예안에 대한 심사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2년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정부안이 나오기에 앞서 3년 유예안을 담은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현금,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과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 간의 과세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양도와 대여로 발생한 소득 중 250만원의 공제액을 초과하는 소득에 20%(지방세 포함 22%)의 세율로 세금을 물릴 예정이었다.

민주당은 ‘유예 불가’ 입장을 못 박아 놨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2일 “여당이 추진하는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시행이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원칙을 정부와 여당, 일부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폐지키로 한 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 심사 중에 논리적으로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의 이유로 들었던 ‘투자자 보호’에 대한 여론이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당이 780만명의 ‘표심’을 고려해 다시 한 번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해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시행 성과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 교환 개시 시기(2027년)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가상자산 이용자에 대한 보호제도와 투명성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송 위원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어 있는 지금, 주식보다 손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자산에 속하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소득세까지 부과된다면 대다수의 투자자가 시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는 ‘큰 손 이탈’ 가능성을 내세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장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목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주장했던 다수의 의원들이 기재위 조세소위에 참여하고 있어 가상자산 유예엔 적극적으로 반대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 모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은 “금융투자소득세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과 민주당이 그동안 주장했던 바를 깨고 폐지하기로 했는데 가상자산마저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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