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전격 철회

2024-11-13 13:48:19 게재

“시장··주주 우려 겸허히 수용”

‘경영권 분쟁’ 주총 표 대결로 결판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전격 철회했다.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지난달 30일 결의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두고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한 지 일주일만이다.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의 당시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주주와 시장 관계자의 우려 등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이를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해왔다”며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해당 안건을 재검토한 끝에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3일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가 끝난 뒤 거래량이 급감하며 주가가 급등하는 등 불안정성이 커지자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청약은 다음달 3~4일 진행되고 신주는 같은 달 18일 상장될 예정이었다. 조달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2조300억원은 차입금 상환 용도였다.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 지분 3~4% 가량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이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당 89만원에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해 놓고 곧바로 이와 반대되는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 특히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을 늘리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 주주에게 빚을 갚게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여기에 금융당국까지 조사에 나서자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공시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등 시장의 우려가 있었고, 증권신고서 정정 등 제반 환경 변화와 여러 사정 변경 등이 발생했다”며 “이는 유상증자를 추진할 당시 충분히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들의 우려와 시장 혼란에 대해 충분히 경청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주주 보호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 무산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주주 구성이 확정된 뒤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단기적 투자수익 회수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비전 등을 앞세워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구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약탈적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적자 제련 기업 영풍이 강행하고 있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며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협력사, 시장의 이해 관계자, 국민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겸허한 자세로 의견을 경청해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방안 등도 적극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홍, 정석용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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