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완의 ‘한일문화재’ 협정을 완성하라

2024-11-14 13:00:05 게재

내년은 한국이 일본과 기본조약을 맺은지 60주년 되는 해다. 당시 협정은 기본조약과 ‘재산 및 청구권’ ‘어업’ ‘재외동포’ ‘문화재’의 4개 부속협정, 그리고 25개 문서로 구성됐다. 문화재 협정에는 ‘합의의사록’ 문서가 포함돼 있다. 기본조약은 1965년 6월 22일 정식 조인된 후 12월 비준서가 교환됨으로 법적 효력을 갖추게 되었다.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라 일본정부는 부속서에 열거한 문화재를 양국 정부 간 합의된 절차에 의거, 본 협정효력 발생 후 6개월 이내에 한국정부에 인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일본은 한국이 반환 요청한 4479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1432점만 ‘인도’했다. 그중에는 1958년 반환한 106점도 포함됐다. 왜 1/3 수준 반환 협상에 그쳤을까.

당시 한국정부가 경제개발을 명분으로 일본의 ‘돈’이 필요해 서둘러 협정을 마무리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구라 가루베 이치다 등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집가들이 일본으로 가져간 한국의 대표적인 유물이 문제였다. 한국 협상단은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사유(私有)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또한 일본 왕실도서관 등에 있는 조선총독부 기증 문서 등은 조사목록을 삭제함으로 일본이 협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2014년 도쿄재판소에서 열린 한일협정 문서공개 재판에서 밝혀졌다.

한일협정 합의의사록 근거해 환수 가능

그럼 1965년 협정으로 일본에 있는 수많은 우리 유산을 돌려받을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지금도 일본정부는 당시 협정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1965년 이후에도 여러 차례 양국은 협정을 맺고 문화재를 인도했다. 1991년 영친왕 복식비, 2011년 조선왕조도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1965년 협정에서 주목할 점은 ‘합의의사록’이다. ‘사유’를 이유로 반환을 거부했지만 한국정부에 ‘기증을 권장’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오구라 수집품이다. 오구라 수집품은 4000여점에 달한다고 하지만 그 전모가 파악된 것은 1981년 도쿄국립박물관에 오구라 아들이 기증한 1030점이다. 당시 도쿄국립박물관은 합의의사록에 따라 기증할 곳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이행해야 했지만 오늘날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정부는 1984년부터 지속적으로 반환 요구했다는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점유 시효로 소유권 성립이 완성됐다라는 일각의 주장도 사실과 어긋난다. 일본 민법에 따라 ‘20년간 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평온하게 또한 공연히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제162조)’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한국정부가 도쿄국립박물관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직후부터 계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는 성립될 수 없다. 무엇보다 ‘합의의사록’도 기본조약에 체결된 25건의 문서 중 하나로 1965년 12월 양국이 비준서 교환 후 국내법적인 효력이 생겼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일본이다.

외교 수요 높은 내년이 환수 최적기

내년 한일협정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외교가에서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할 것이다. 더구나 최근 일본은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했다. 2011년 조선왕조도서 반환 이후 “더 이상의 반환은 없다”라고 강변하지만 그동안의 반환 사례는 외교적 수요가 높은 시기에 문화재 반환을 통해 대응해왔다는 점에서 내년은 환수에 있어 최적기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