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공정위와 방통위, 그리고 단통법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울상이다. 전국민을 서비스가입자로 두고 매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거대 기업들이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다. 통신사업은 통신요금을 내는 소비자뿐 아니라 정부에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규제권한을 가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최근 통신3사 관심은 엉뚱하게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쏠려 있다. 올 4월 공정위가 단말기유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집행 과정에서 이통사가 판매장려금 담합을 했다며 심사보고서를 발송했기 때문이다. 아직 공정위는 통신3사가 공정거래법을 어떻게 위반했는지, 위반했을 경우 과징금을 얼마나 매길 건지 등을 확정하지 않았다. 통신업계에선 최대 5조5000억원의 과징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2023년 통신3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과 비슷한 규모다.
이통3사는 공정위의 제재 추진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단말기유통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지급했을 뿐 담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현재로선 확인이 어렵다. 하지만 단말기유통법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통사 주장이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뻔뻔한 부정만은 아닌 듯하다.
2014년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불법조보금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때문에 정부는 공정거래법 예외로서 번호이동 위주의 장려금 경쟁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법을 제정했다. 통신시장에서 번호이동 가입자(통신사를 바꾸는 가입자)에게만 높은 장려금을 제공하고 노인 등 사회적 약자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등의 불평등 문제를 막자는 의도였다.
실제 단말기유통법은 제3조(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와 제4조(지원금의 과다 지급 제한 및 공시)를 통해 자유로운 보조금 경쟁을 제한한다. 이통사가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의 경우 금액을 사전에 공시해야 하고 대리점이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의 경우에는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법 제정 이후 끊임없이 폐지논쟁이 일었고, 최근에는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공정위가 문제삼은 판매장려금도 30만원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판매장려금은 공시지원금과는 별도로 이통사가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지원금이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판매장려금을 바탕으로 추가지원금을 제공한다.
공정위 제재가 이뤄지면 같은 사안에 대해 정부부처 사이에 정책적 충돌이 날 수 있다. 실제 방통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담합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정부 내에서 부처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사업자를 규제하면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고성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