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트럼프 ‘선물’로 레바논 휴전준비”
WP, 이스라엘관리 인용 보도
“리타니강 위쪽 철수 등 조건”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선물로 레바논 휴전을 준비 중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전략담당 장관 론 더머는 미국을 방문해 10일 백악관을 방문하기 전 마라라고를 먼저 찾았다. 이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미국의 정치적 무게 중심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더머 장관 등은 트럼프 당선인과 유대인 출신 사위인 쿠슈너에게 레바논에서 휴전협상을 서두르고 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WP는 이 브리핑에 참석했던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트럼프에게 무언가를 선물할 것”이라며 “1월에는 레바논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정부와 트럼프 대변인, 쿠슈너는 WP의 공식 확인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중동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싶다고 말했지만,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해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말했다. 마라라고에서 논의된 레바논 제안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
네타냐후는 10일 성명을 통해 최근 며칠 동안 트럼프와 세 차례 통화했으며 두 사람은 “특히 평화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 이스라엘이 중요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자지구에서 1년 넘게 파괴적인 전쟁이 계속되고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파견하여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작전을 확대한 지 6주 만에 나온 이례적 성명이다.
협상 조건은 헤즈볼라 전사들이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분쟁 이후 유엔이 감시하는 이스라엘 레바논 국경 완충 지역의 북쪽 가장자리인 리타니강 너머로 후퇴하는 것과 이를 위반하면 이스라엘이 직접 이를 강제하겠다는 것 등 이다.
헤즈볼라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헤즈볼라가 일시적인 휴전의 일환으로 리타니강 북쪽에서 전투병을 철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리는 레바논 군대가 미국과 영국이 감독하는 초기 60일 동안 국경 지대를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이 위반 시 국경을 넘어 작전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데 대해, 레바논 관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은 12일 “레바논의 이익과 주권을 희생하면서 이스라엘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나 해결책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 제정신인 사람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헤즈볼라측 관계자도 “진전을 위한 조건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 내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은 이란이 시리아를 통해 헤즈볼라에 무기를 공급하는 통로의 차단을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 관리들은 10월 27일 이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했고, 후속 논의를 위해 더머 장관이 지난주 러시아를 비밀리에 방문했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WP의 논평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회담이 궁극적으로 결렬될 경우 레바논에서 지상 작전을 강화할 계획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며칠 동안 이스라엘 공군은 레바논을 공습했다.
네타냐후가 트럼프에 줄 선물로 레바논 휴전을 준비 중이지만, 선물이 마련될 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