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20% 확충 단계적 추진

2024-11-14 13:00:06 게재

정부 개선방안 발표 … 현물출자 유도 안정적 사업구조 마련, 대출시 사업성평가 강화

이익실현 시점 파악해 양도차익 과세 이연 … 출자 등 비율에 따른 지원책도 차등

1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부동산 PF제도 개선방안’에는 부동산프로젝트(PF)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고 대출 과정에서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해외 주요국처럼 부동산PF 산업구조 선진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정부는 자기자본비율을 2026년 10%, 2027년 15%, 2028년 20% 상향하는 로드맵과 함께 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에 대해서는 도시규제 특례와 택지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1~2023년 추진된 300여개 PF 사업을 분석한 결과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자기자본비율(30~40%)과 비교하면 국내 부동산개발사업 대부분은 대출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적은 돈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지만 경기불황이 닥쳐 사업이 좌초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을 ‘사회화’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2011년 저축은행 파산 당시 공적자금 27조원대가 투입된 것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규모는 23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70%가 주거시설이며 주택공급과 건설투자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토지·건물 현물출자 유도 = 부동산 PF사업은 지역에 따라 땅값 비중이 20~40%에 달해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시행자는 토지매입비를 고금리대출(브릿지론)로 조달하는 구조여서 금리인상 같은 대외변수에 취약하고 사업비 증가를 불러왔다. 이에 정부는 20~40%대 안정적 수준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토지주가 토지·건물 출자를 통한 지분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준공·임대 등 이익실현 시점을 판단해 양도차익 과세와 납부를 일정 기간 유예하고 분할 납부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 동안 현물출자와 동시에 법인·양도세가 부과돼 출자가 쉽지 않았던 점을 개선한다.

아울러 공간혁신구역 등 개발규제가 대폭 완화된 곳을 현물출자 개발방식 선도사업 후보지로 공모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확약을 통해 사업성을 보완하는 등 정책지원도 추진한다.

◆도시규제 특례 적용·보증수수료 할인 =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시행자가 관리·운영하는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용적률과 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개발 이후에도 민간의 관리운영을 통한 도시 활성화를 추진한다. 또 보증심사에서 리스크(위험부담)가 적은 사업장은 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내규 개정을 통해 보증료를 할인하기로 했다. 또 은행·보험사의 장기임대주택사업(법인) 참여를 가능하도록 법인 지분 15% 이상 소유를 허용할 방침이다.

◆위험가중치·충당금 차등화 = PF 대출시 PF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해 금융사가 PF대출에 대해 적립해야하는 자본금·충당금 비율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위험가중치 차등화에 따라 장기적으로 시행사의 자본투입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PF 대출의 연체율 수준을 고려해 금융업권별 위험가중치·충당금 규제를 정비하고 업권별로 거액신용공여 한도 규제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에 대한 한도규제를 정비할 계획이다. 다만 규제 이전 PF 대출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을 제외한다.

◆사업성 심사강화·책임준공 개선 = 정부는 부동산 PF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위해 대출시 사업성 평가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출에 필요한 담보 또는 신용 대신에 대출 시 객관적 평가를 수행하는 전문평가기관의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신용보강 등으로 위험부담이 완화됨에 따라 금융사의 세밀한 사업성 분석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평가기준·절차, 인증방안 등 연구용역을 거쳐 내년 하반기 중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시공·신탁사의 귀책사유가 아닌 경우에도 책임준공 의무와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부담했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연장사유와 배상범위를 구체화한다. 대출시 사업자가 금융권에 지불했던 PF수수료는 연말까지 모범규준을 제정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신탁사의 토지신탁 책임범위와 기준을 표준화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150%,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한도 100%(예시) 이내로 제한다. 공사비용 상승 등으로 시공사의 공사지연 사례가 나타나면서 PF 리스크가 신탁사로 전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PF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 ‘PF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사업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사업착수 단계부터 토지매매 인허가 자금조달 분양률 등 사업장별 전 단계에 걸쳐 현황 정보를 정기적으로 축척해 효과적 정책수립과 선제적 위기대응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개별사업 이력관리가 가능해져 ‘PF 조정위원회’의 조정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 = 정부는 안정적인 자기자본을 갖춘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전문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 육성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개발과 운영 중심의 부동산 생산구조 선진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리츠에게 공공택지 우선 매입권을 제공해 개발과 임대운영까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또 차입 위주의 자금조달만 가능했던 부동산신탁사의 토지신탁 사업에도 연기금 금융기관 펀드·리츠 등 기관투자가 사업비(토지비 제외)의 15%까지 투자 허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해외 주요국 부동산 PF 추진 방식 = 부동산개발사업자(디벨로퍼)가 금융사·연기금 등 지분투자자를 유치해 총 사업비의 30~40%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우선 매입한다. 이후 건설단계에서 본PF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향후 단순 분양수익 뿐 아니라 임대수익도 확보하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다.

미국의 경우 총사업비의 약 30%(시행사 약 3%, 지분투자자 약 27%)를 자기자본으로 투입한다. 지분투자자는 리츠 26%, 연기금 13%, 외국인 5% 등 다양하다. 보험사는 대출뿐 아니라 지분투자에도 참여한다. 연기금은 장기자산운용을 위해 5~15%를 부동산에 투자한다.

일본은 시행사가 통상 금융·대기업의 계열사여서 자본비율이 높다. 총사업비의 약 30~40%(시행사 약 10% 수준)가 투입되며, 대형은행이 주요 투자자 역할을 한다. 특히 금융·대기업 철도회사 종합건설계열사 등 우량 디벨로퍼가 시장을 이끈다.

네덜란드는 총사업비의 약 35%(시행사 10%, 지분투자자 25%)를 자기자본으로 투입한다. 유럽연합(EU) 지침에 따라 은행의 비금융사 지분소유를 제한하지 않지만 은행 자회사 형태의 부동산개발회사가 다수 존재한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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