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20년, 새로운 도전과 희망

① 우리 농업 경쟁력 확보 과제

2024-11-14 13:00:04 게재

트럼프 시대 한미FTA 개정 압박…농업피해 대비해야

2004년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20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59개국을 대상으로 21건의 FTA가 발효되면서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국내에 들어왔다. FTA로 인해 우리 농업분야는 큰 피해를 봤지만 반대 급부로 경쟁력이 강화된 품목도 있다.

내년에는 농업 분야 통상압력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내년부터 농업분야에도 상당한 개방 압력이 밀려올 것이다. 한미 FTA 개정 압박도 예상된다. FTA 20년 교훈을 통해 농업분야 미래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스마트농업과 연계한 K-푸드 확장성을 키워내는 일이 시급하다.

내일신문은 고교생 FTA데이터 교육을 통해 FTA가 국내 농업분야에 미치는 연구를 2022년부터 시작했다. 우리 농업이 FTA에 맞서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지 고교생 시각으로 지난 3년간 다양한 과제도 제시했다.

내일신문은 5회에 걸쳐 강력해진 세계 농업 보호주의와 국내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아 본다. <편집자주>

농업계가 미국 대선 결과에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대미 수출 농식품에 관세가 부과·인상된다면 미국시장 내 한국산 수출 농식품과 국내산(미국산) 농식품과 가격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미 수출 농식품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의 약화는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데다 수출물량 감소는 국내 농식품 수급과 가격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트럼프 2기 정부의 농업부문 정책변화 전망과 우리농업의 대응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FTA 개정 협상에 대한 요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상효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 외 타 산업 분야에서 유리한 협상 결과를 가져가기 위해서 미국은 우리에게 농산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세계 1위 농산물 수출국으로 농산물 경쟁력이 매우 높다는 점과 한국의 대미 농산물 무역 적자 폭이 최근 줄어들고 있다는 점 등이 미국의 농업분야 압박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관심이 높은 품목과 미국의 대 한국 흑자 폭이 줄어들고 있는 품목,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외한 제3국으로부터 주로 수입하고 있는 품목 등을 중심으로 우리에게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시설 이미 한미FTA 개정 협상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서 돼지고기 소고기 옥수수 등 수입확대 요구할 듯 = 이에 따라 미국의 FTA 개정 협상 요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돼지고기 쇠고기 옥수수 대두 치즈 등은 수입 확대나 수입선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품목들로 압축된다. 품목별로 국내 수급 여건이나 가공 용도에 따라 국내 파급 영향이나 수입선 변경이 이뤄질 수도 있다. 특히 수입선 변경으로 현재 수입하고 있는 상대국과의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또 소고기나 과일류 등 검역 문제, 유전자변형농산물 등 새로운 생명공학 제품 승인 절차 개선 등과 같은 비관세 장벽에 대한 요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로 수출을 늘리고자 할 품목, 관세·비관세장벽을 강화할 품목 등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세부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해야 한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 대미 농식품 수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가공식품 생산 과정에서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생산공장이 중국에 있을 때 미국으로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수입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중국산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도 대비가 필요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LMO수입관리와 식량안보 강화해야 =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관리나 이에 대응할 작물 개발과 관리도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문한필 전남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열린 ‘농업농촌의길 2024’에서 ‘FTA 20년, 한국 농업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 산업구조, 노동수급, 지역균형 등을 고려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LMO 수입관리 등 농업생명공학 관련 법·제도 정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농업 관련 노동인권 제도 개선, 미중 패권경쟁 심화와 경제안보 블록화에 대비한 식량안보와 식품공급망 안정화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문 교수는 “해외곡물 조달과 비축, 해외농업개발 등 공급 측면에서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는 수단들이 제한적인 만큼 수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장기적 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며 “식량안보법을 제정하고 이에 기반해 곡물·육류의 공급망 전반의 재검토, 애그테크와 대체육 개발 등의 첨단분야까지 고려한 중장기 농식품 수급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농산물의 수출입에 있어 미국 시장이 갖는 의미가 큰 만큼 미·중 경제블록화, 공급망 재편 심화 등에 따른 개방 압력 확대에도 신속히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대중 수출 급감,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며 “구매력을 가진 한국이나 일본 등이 중국을 대체할 미국의 농산물 수출 시장으로 미국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제작 지원: 2024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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