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월 소비자물가 7개월 만에 반등
빠른 둔화 없으면 내년 인하 속도 조절 불가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멈추고 7개월 만에 반등했다. 다만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하면서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82%로 올랐다. 시장전문가들은 12월 동결 리스크는 낮아졌지만 향후 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더 빠른 속도로 둔화되지 않는다면 내년 금리인하 속도조절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고 밝혔다. 9월 2.4%와 비교해 0.2%p 상승한 수치다.
소비자물가가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 둔화세를 멈추고 반등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지수의 최근 변화 흐름을 반영하는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지난 7월 이후 4개월째 같은 수준을 이어갔다.
세부적으로는 주거비 가격이 전월 대비 0.4% 올라 전체 물가지수 상승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고차 가격과 항공료도 상승했다. 반면 의류가격은 팬데믹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고 자동차 보험료는 소폭 떨어졌다. 최근 하락세를 지속했던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로 9월 상승률과 같았다.
근원지수는 대표지수에서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상대적으로 더 잘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전월 대비 근원지수 상승률은 0.3%로, 8월 이후 3개월째 같은 수치를 이어갔다. 최근 3개월간 근원물가 상승률 흐름이 연율 환산 시 미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상한 가운데 시장에선 다시 물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온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실제 인플레이션 지표가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미국경제도 소비를 중심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당초 예상보다 늦출 수 있다는 전망에도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견조한 성장세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관세 강화 전망 등을 고려할 경우 내년 금리인하 횟수는 기존 전망대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 스탠리 등 일부에서는 1월 FOMC에서의 금리동결 가능성도 제기했다.
연준 인사들 또한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지만 12월 FOMC 이전까지 추가적인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며 “물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0.25%p 금리인하를 지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