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급락에 국내 증시 휘청

2024-11-14 13:00:04 게재

이달 들어 삼성전자 14.2%↓…4년 5개월 만에 최저

하반기 외국인 순매도 18.9조원 중 18조원 삼성전자

미국 증시가 ‘트럼프 랠리’를 펼치는 동안 코스피는 2500선, 코스닥은 700선이 무너지는 등 한국 증시가 속절없이 밀리고 있다.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부진이 시장 침체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11월 들어 코스피는 5% 하락하는 동안 시가총액의 1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보통주는 14.2%나 하락했다. 올 하반기 외국인 순매도 금액 18조9000억원 중 삼성전자 한 종목의 순매도 금액이 18조원에 달한다.

◆8월 블랙먼데이 당시보다 더 하락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환율과 금리 급등에 8월 블랙먼데이 당시보다 더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와 채권금리 상승이 외국인의 매도 압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전일보다 65.49포인트(2.64%) 급락한 2417.08에 마감하며 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닥 또한 전일 대비 20.87포인트(2.94%) 떨어진 689.65에 장을 마치며 1년 10개월 만에 최저가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금리인하 기조 영향에 세계 각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증시만 나홀로 약세를 보여왔다. 연초 이후 13일까지 주요 증시 상승률을 보면 미국 다우지수는 16.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25.45%, 나스닥은 28.45% 올랐다. 일본 니케이225지수S,S 15.71%, 중국상해종합지수 15.61%, 홍콩항셍H지수 23.05%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는 8.97% 떨어졌고 코스닥은 20.42%로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대선 이후로 기간을 좁혀봐도 코스피는 6.20%, 코스닥은 8.27% 하락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0.64%), 대만가권지수(-1.07%)보다 큰 폭의 차이가 난다.

◆한국증시 투자 회의론 커져 =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의 약세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관세와 정책 리스크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이탈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일 트럼프가 반중 강경파인 루비오 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왈츠 의원을 국토안보보좌관에 지명함에 따라 트럼프 정책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루비오 의원과 왈츠 의원 모두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인물들로 관세 정책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의 내년 인플레이션 재상승과 미국 국채 발행량 증가가 예상되면서 전일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강달러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이탈 요인이다.

반도체 실적 우려로 인한 약세도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이 크다.

트럼프의 정책 리스크는 관세뿐만 아니라 중국향 규제 강화와 칩스법(CHIPS Act)에 대한 불확실성도 포함하고 있다. 최근 미 상무부는 TSMC에 대해 7nm 이하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라는 통지를 보냈고, 이에 따라 TSMC는 중국 공급사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중단했다. 향후 트럼프가 중국향 반도체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되며, 한국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TSMC 등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기록 중이다. 또한, 트럼프 집권 이후 CHIPS Act 지원금 축소 또는 폐지 우려도 반도체 주가 약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은 국내 증시 전체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경기확장+금리인하 시기에 코스피가 -15% 이상 조정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이 과거와 무엇이 달랐는지 살펴보면 가장 큰 차이는 ‘삼성전자’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매출이 11년째 정체라는 가볍지 않은 문제가 앞을 가리고 있다”며 수급적으로 봤을 때, 부양 조치가 발표되기 전까지 충격이 몇 차례 더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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