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가 자산 양극화 가속 시켜”
순자산 지니계수 5년 연속 악화 … OECD 최하위권
취약계층 불평등 확대 “경제 회복 안되고 세수 결손 커”
누적된 소득 격차가 자산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수십년간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양극화가 더 이상 손쓰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일수록 이런 자산양극화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은 이런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는 부동산·주식 부자에 대한 감세를 구조화하면서 세금의 고유역할인 ‘부의 재분배 기능’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기준으로 작성된 지니계수는 2018년부터 5년 연속 상승했다. 2022년 0.606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0.605)에는 사실상 전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 수치로 표현되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도 2022년 0.324로 전년보다 0.005 하락하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26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특히 노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일수록 소득 불평등은 더 심각했다. 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76으로 전체 인구(0.331)보다 더 높았다. 노인 인구의 소득 불평등 수준이 다른 계층보다 더 심하다는 뜻이다. OECD 평균 노인 인구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0.306)가 전체 인구(0.315)보다 낮은 점과 대비된다. 결국 고령층도 집이나 자산을 소유한 노인과 그렇지 못한 노인 사이에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빚이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직격탄을 받아 불평등이 심화한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2022년도 귀속분 소득신고 현황을 보면 사업소득 ‘상위 10%’의 1인당 평균 소득은 1억1049만원으로 평균(1614만원)의 7배에 달했다. 상위 10% 근로소득 평균(1억3509만원)이 전체 평균(4214만원)의 3배를 조금 웃도는 것과 대비된다.
누적된 소득 불평등은 부동산·주식 등 자산 불평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폭증하는 가계부채는 이런 ‘자산 불평등’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취약층의 몸부림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주택 구입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은 여전히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35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 특히 영끌과 직결된 5대 은행 하루 평균 주택구입 목적 개별주택 담보대출은 3451억원으로 역대 최대(추석 연휴 제외)였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거꾸로 간다는 점이다. ‘부자감세’로 상징되는 윤석열정부 조세정책이 자산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규 변호사(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는 “정부는 법인세율과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인하에 이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고액자산가와 주식 부자에 부과될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 양극화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는 민간주도 경제성장을 주창하면서 결국 대규모 감세, 부자 감세를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세수 결손은 크게 발생하면서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