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입 의혹’ 명태균 구속 갈림길

2024-11-14 13:00:15 게재

14일 영장실질심사 … 향후 검찰수사 영향 주목

구속 때는 윤 대통령 연루 의혹 수사 확대 전망

이준석·김종인 조사할 듯, 여론조작도 규명대상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14일 결정된다. 그의 신병확보 여부는 향후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정지은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로 나섰던 배 모씨, 대구시의원 예비후보였던 이 모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예정돼 있다.

명씨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통해 76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명씨는 또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배씨와 이씨로부터 각각 1억2000만원씩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영장청구서에서 “명씨가 국민의힘 당대표, 대통령 후보 부부와 친밀한 관계라고 주장하고 주변에 이를 과시해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세비를 교부받고, 5선 국회의원을 내세워 공천을 받고 싶어 하는 사업가들에게 거액을 교부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적시했다.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대통령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검찰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큰 만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명씨의 영장청구서에서 “정치권력과 금권을 결합시켜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왜곡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며 “이미 증거를 인멸했고 불구속 수사 땐 남은 증거를 추가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명씨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명씨측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영장청구서에는 김 전 의원의 세비가 강씨의 계좌로 이체된 사실만 적시됐을 뿐 명씨에게 전달된 구체적인 날짜나 경위 등은 나와 있지 않다”며 “혐의의 상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 개입 의혹 등 명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은 우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향후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장이 발부돼 명씨의 신병을 확보하면 검찰은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수사를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검찰은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이준석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자 공천 발표 하루 전인 5월 9일 이 의원이 명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메시지에는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원 경선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메시지를 받은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직접 통화도 했다.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다”고 말하는 육성이 담긴 이 통화는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바 있다. 명씨와 윤 대통령의 통화가 이 의원의 문자메시지에서 시작된 만큼 검찰은 이 의원도 공천개입 의혹에 관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14일 기자들에게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가 남아 있지 않다”면서도 “그 시기 공천 관련해서 많은 말들이 횡행했고, 명 사장 본인이 대통령에게 얘기해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전혀’(라고 생각했고),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전달해 준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명씨가 “매일 연락해 의견을 묻는 사이”라고 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통해 다른 지역구 선거에도 관여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김 전 위원장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되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실제 공천개입에 연루됐는지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씨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위해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3억7000여만원의 비용 대신 김 여사로부터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지난 대선 경선과 본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명씨가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명씨의 창원 국가산업단지 선정 과정 개입 의혹 등도 검찰 수사를 통한 규명이 필요한 대상이다.

명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14일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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