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역사적 2025년 아세안 의장국 수임

2024-11-15 13:00:08 게재

치열해지는 미중 경쟁속 ‘단합유지’ 과제 … 뒷전 밀린 자유무역, 한국 국가이익은 아세안과 협력 더 강화에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오른쪽)가 지난 10월 11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끝난 후 손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으며 의장직을 상징하는 물품을 넘겨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25년 아세안 의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아세안은 1999년 캄보디아의 가입으로 10개 회원국 체제를 유지, 발전시켜 오고 있으며 각 아세안 회원국은 10년 주기로 영문 국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1년씩 의장국을 수임 한다. 금년도 의장국 라오스로부터 내년도 의장국 바톤을 넘겨받은 말레이시아의 행보에 지역과 지구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1967년 8월 8일 아세안 출범 당시 창립 5개국의 일원으로서 아세안의 오늘을 견인하는데 나침반 역할을 하고 대주주로서의 주도적 목소리를 내면서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조타수를 잡은 선장과 같은 노련한 수완을 발휘하였다. 최근 들어와서 말레이시아는 2005년, 2015년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하였고 2025년 의장국을 다시 수임한다.

10년 주기의 두 해 모두 아세안 발전사에 있어서 새로운 금자탑을 세운 분수령이었다고 평가받는다. 2025년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새 의장국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말레이 주도로 출범한 동아시아 정상회의 = 2005년은 말레이시아 주도로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출범시킨 해이다. 18개국이 참가하는 연례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미.중.러.일.인도.한국.인도네시아.호주 등 기라성 같은 나라들이 참여하는 정상급 전략 포럼이다. 아세안의 주요 국제회의 개최 역량과 여기에 지구촌 주요 국가들이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경제 1~3위 대국, 세계 최대 민주주의 1~3위 대국, 세계 최대 인구 1~4위 대국, 유엔안보리 상임 이사국 3국, G7 확대 시 참가 가능성이 높은 한국과 호주 두 나라 등 국제 정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나라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당초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한국 주도로 설립된 동아시아 비전 그룹 회의에서 중장기적 구상으로 제시되었다. 동 그룹은 “평화, 번영 및 발전의 지역, 동아시아 공동체 지향” 비전 보고서를 2001년 아세안+3 정상회의에 제출하면서 연례 아세안+3 정상회의를 동아시아 정상회의로 진화시키는 방안을 비전 실현을 위한 핵심 권고 사항 중 하나로 제시하였다.

2005년 말레이시아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 시 말레이시아 주도로 동아시아 정상회의 출범을 성사시킨 것은 아세안 발전사에 있어서 획기적 이정표였다고 할 수 있다.

2015년 12월은 아세안 공동체 출범 원년이다. 아세안 공동체는 정치적으로 단결하며,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사회적으로 책임감이 있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또한, 아세안 공동체는 정치.안보 공동체, 경제 공동체 및 사회.문화 공동체의 3개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세안 통합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 중 경제 공동체의 성과는 괄목할만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 엔진 역할하는 아세안 경제 = 아세안 경제는 여기에 힘입어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 5위 규모로서 2030년 세계 4위 경제로 도약할 것으로 전문 기관들은 예측하고 있다. 2015년은 또한 10년 앞을 내다보는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5에 관한 쿠알라룸푸르 선언’을 채택한 기념비적 해이기도 하다. 비전의 주요 내용은 규범 중심적이고 사람 지향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아세안 공동체를 지향하며 아울러 평화적이고,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동체를 꿈꾼다. 동시에 세계국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대외 지향적 공동체를 추구한다.

2025년 의장국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발전에 기여할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아세안은 아세안 공동체 2025 비전 이행이 마무리됨에 따라 새로운 20년을 내다보는 아세안 2045 비전 및 4개 분야별 전략계획을 내년 5월 제46회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예정이다. 아세안 3개 공동체 기둥과 연계성에 걸친 전략 계획 윤곽을 담고 아세안 사무국의 미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는 아세안이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고 혁신적이며 사람 중심의 지역 기구로 자리매김을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청사진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아세안은 기민하고 민첩하게 행동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동 비전은 지속 가능성, 경제 통합, 인적 자본 개발 및 기술 혁신을 미래의 기둥으로 강조한다. 아울러 동 비전은 변화하는 세계질서, 특히 다극체제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 2025년 동티모르 아세안 정회원 관심 =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러시아 카잔 공화국에서 개최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인도네시아, 태국 및 베트남과 등 다른 아세안 3개 회원국과 함께 BRICS의 파트너 국가가 되었다. 라오스 등 다른 일부 아세안 국가들이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또한 걸프협력이사회(GCC) 및 브릭스를 포함 ‘글로벌 사우스’의 신흥 경제권과의 관여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지난 10월 9일 내년도 아세안 의장국 인수식 때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가 “아세안-GCC 플러스 중국” 정상회의를 주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동 정상회의는 안와르의 지도하에 말레이시아 의장국의 주력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동 정상회의는 아세안이 걸프 국가들과 중국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만큼 중대한 글로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시기관련, 내년 1월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외교장관 리트릿을 주최할 때 아세안은 동티모르가 내년까지 아세안의 정회원국이 될 것인지 여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까위’ 방콕 포스트 칼럼니스트는 최근 칼럼에서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7개 핵심 사항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차기 의장국이 위상을 제고하고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첫째, 아세안이 지정학적 상황에 통합된 목소리를 유지할 필요성. 둘째, 동티모르를 내년에 아세안의 11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시켜야 함. 셋째, 아세안은 다자주의와 경제통합을 더 강화해야 함. 넷째, 아세안은 미.중 경쟁에 관여하고 이를 관리해야 함. 다섯째, 아세안은 미얀마에 대해 더 적극적인 관여를 계속해야 함. 여섯째, 아세안은 장기 로드맵 2045 비전을 완성했음. 일곱째,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은 지역 구도의 기반임. AOIP는 평화적, 개방적, 규칙 기반 지역을 촉진함. 이 일곱 가지 핵심 요지는 차기 아세안 의장국에 매우 중요한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

◆미얀마와 남중국해 갈등 위험 제거해야 = 왜 2025년은 아세안 단합의 성패를 좌우할 해 인가? 아세안의 조타수를 잡을 태세를 취하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지역주의의 불꽃을 재 점화 할 수 있을까? 지금 아세안은 교차로에 서 있다.

2025년은 말레이시아가 점차 다극화 되어 가는 세계에서 아세안의 역할을 재규정하거나 전원합의제에 따른 외교의 한계에 봉착하는 해가 될 수 있다. 의장국 말레이시아 앞에 어떤 만만찮은 도전이 도사리고 있을까?

지난 수년간 아세안의 정통성과 응집력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인도적 위기 상황을 초래한 미얀마 위기는 해결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수년에 걸쳐 남중국해 행동강령(COC) 협상이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강대국간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고 그 위험을 미리 제거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외교적 도전을 넘어 말레이시아의 의장국 수임은 경제 의제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RCEP)이 발효 중인 상황에서 말레이시아는 RCEP을 의장국의 핵심 성과물로 만들 수 있다. RCEP의 완전한 이행은 아세안을 지역 성장의 허브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작년에 시작된 ‘아세안 디지털경제 프레임워크 협정’ 체결 협상에 박차를 가할 기회를 갖고 있다. 2030년까지 디지털 경제는 이 지역에 2조달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아세안 국가들의 디지털 정책을 조화시켜야 한다.

다른 한편, 말레이시아의 BRICS와 중동으로 경도되는 정책 전환은 국내 입지를 제고시킬 수는 있겠지만 아세안 내 마찰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 서방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은 말레이시아의 브릭스 접근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 경제와 통상, 외교의 다변화 더 서둘러야 = 아세안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우리는 합심하여 아세안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해 나가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한국의 국가 이익이 아세안과의 협력과 유대를 더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선거의 해 2024년 말미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재선으로 격랑의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2024년의 대단원은 가히 극적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거대한 물줄기 아래에서 보호무역주의와 각자도생이 판을 칠 세상이다.

자유무역협정과 세계무역기구(WTO)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무역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는 경제.통상 외교의 다변화를 더 서둘러야 한다.

아세안은 지난 수년 간 우리의 제2위 교역 파트너로 부상하였다. 아세안과 경제적 접점을 더 넓혀야 한다. 한국과 아세안은 이를 위해 지난 달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관계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CSP)로 격상한 바 있다. 아세안은 2030년까지 세계 4위 경제가 될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예측한다.

정해문

전 태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