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장차관 100명, 사관학교서 군복입고 수련회
군출신 프라보워 대통령 주도
새벽 4시부터 시작, 2박3일
지난달 20일 취임한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군대식 리더십이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4일 장관과 차관 등 새 정부 고위급 각료 100여명은 인도네시아 공군기인 허큘리스 C-130에 탑승해 중부 자바주의 한 육군사관학교에 도착했다.
AP통신은 “장관들은 위장 모자와 전투용 신발을 신고 군복을 입은 채 산으로 둘러싸인 인도네시아 국립육군사관학교에서 군대식 수련회를 시작했다”며 “이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스포츠 활동과 행진을 하도록 요청받았다”고 보도했다. 여성 재무장관인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도 참석했다.
73세의 전직 장군 출신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10월 25일 개회 연설에서 “군사 내각을 구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도 국가에 대한 충성과 규율을 갖도록 하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대통령)에게 충성하라는 게 아니라 인도네시아에 충성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련회에서는 프라보워 대통령이 참석해 빈곤 퇴치, 부패 척결, 식량 및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하기 위한 각 부처와 기관의 초점과 헌신을 포함한 여러 주제에 대해 내각과 함께 브리핑을 가졌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1974년 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군에서 여러 중요 보직을 거쳤고, 특수부대를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1998년 독재자 수하르토 정권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공직을 맡았으며 그의 딸과 결혼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며 군부지도자의 이미지를 벗고자 군복을 벗고 캐주얼한 옷으로 바꿔 입었다. 좀 더 온화한 이미지로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합의에 의해 통치할 것이라고 그의 지지자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새 정부 각료들의 사관학교 집단 수련회를 보도하며 “프로보워가 변하지 않았다는 첫 번째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코노미스트는 “그가 변하지 않았다는 두 번째 신호는 10월 29일 검찰이 그의 반대자인 토마스 렘봉을 체포했을 때”라고 보도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괴팍한 은행가이자 무역부 장관을 지낸 렘봉은 보호무역주의 국가에서 더 자유로운 무역을 지지하는 직설적인 옹호자로 재계와 언론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 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프라보워의 상대 후보 중 한 명의 캠페인에 참여해 소셜 미디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는 또 프라보워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자이기도 했다. 렘봉은 최근 몇 주 동안 프라보워에 반대하는 새로운 풀뿌리 운동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그를 전격 체포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체포의 배후에 정치적 동기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2015년 장관을 지낼 때 렘봉 장관이 가격 안정을 위해 원당 수입을 승인한 뒤 다른 부처의 적절한 승인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인도네시아에서 국영 기업만 설탕을 수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에 수입 허가를 내줬다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