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인하 서두를 필요 없어”
뉴욕증시에 찬물, 힘 빠진 ‘트럼프 랠리’
매파적 발언에 달러화 1년 만에 최고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여전히 강한 미 경제를 근거로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 대통령 선거 이후 지속되던 트럼프 랠리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가운데 나온 파월의 매파적 발언은 뉴욕 증시에 찬물을 끼얹으며 트럼프 랠 리가 힘을 잃은 분위기다. 달러화는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14일(현지시간)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연방은행 주최 행사에 참석해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를 강조하며 “양호한 경제성장, 견조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목표치인 연율 2%를 넘어서는 등을 감안하면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7000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특히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여전히 견조한 미국 경기를 뒷받침했다. 10월 미국의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4% 상승하며 시장예상치(2.3%)를 상회하며 인플레이션 경계감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앞서 발표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9월 상승률 대비 0.2%p 올랐다. 이에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춘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파월은 연준이 물가 판단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10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3%,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8%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오른 것처럼 PCE 가격지수 역시 9월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은 장기 목표(2%)에 근접하고 있지만 아직 도달한 것은 아니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며 “향후 금리 경로는 경제전망 및 지표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파월의 발언 이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금리인하 폭과 시기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발언 이후 시카고 상품거래소 패드워치 툴이 제시한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82.3%에서 58.7%로 하향 조정됐다.
매파적인 파월 의장의 발언에 뉴욕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456으로 전일 대비 소폭 하락했다.
미 달러화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시장 오후 거래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장중 107.07까지 오르며 2023년 11월 초 이후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7월 이후 처음으로 156엔을 돌파하며 0.56% 상승한 156.38엔을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05165달러까지 내리며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달러 현상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달러 강세 현상이 단순히 트럼프 트레이드 기대감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금의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이 맞물려 있다”며 “유로 및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 중이고 위안화 가치 역시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140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환율 추가 상승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