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부터 살림·영양까지 구청에서 챙긴다

2024-11-15 13:00:06 게재

관악구 ‘대한민국 청년수도’ 선언

일자리·주거 넘어 일상 전반 지원

“위·아래쪽에 한개씩 나사를 넣고 고정시키면 됩니다. 다들 잘 하고 계시네요.”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각종 공구가 가득한 ‘신림공방’에서 박준희 구청장이 전문 강사 도움을 받아 나무문 손잡이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1인가구 청년들을 위한 집수리 과정 일부다. 손영락(36)씨를 비롯해 같은 작업을 하는 청년들 표정은 훨씬 여유롭다. 방충망 설치, 철문 손잡이 교체 등을 배우는 3주 과정을 마친 참이다.

박준희 구청장이 신림동쓰리룸에서 진행한 집수리 교육에 참여한 청년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관악구 제공

15일 관악구에 따르면 구는 신림동쓰리룸을 비롯해 관악청년청, 민간 사업장을 활용한 청년문화존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청년들 일상을 챙기고 있다. 일자리와 주거를 넘어 집수리나 살림 건강 등 생활 전반에 구와 지역사회 손길이 미친다. 구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서울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들이 교통이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저렴한 관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주 청년들이 지역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관악구는 그야말로 청년도시다. 19~39세 주민이 19만9000여명으로 전체 인구 중 41.4%를 차지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청년층이 많은 만큼 그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구는 민선 7기에 전담부서인 청년정책과를 신설했고 민선 8기에는 청년문화국으로 키웠다. 청년과 문화를 아우르는 정책을 실현한다는 취지다. 올해는 아예 ‘대한민국 청년도시’를 선포하고 ‘모두가 청년처럼 활기찬 도시’를 추진 중이다. 관악구가 지닌 미래가치 중 으뜸이 청년이라는 주민들 의견을 따랐다.

정책이 청년들에게 스며들도록 손발 역할을 하는 건 쓰리룸을 비롯한 전용 공간이다. 쓰리룸(three room)은 고시원이나 원룸에서 보기 드문 거실과 서재 작업실까지 3개 공간을 갖췄다는 뜻이자 제3의 ‘대안’을 의미한다. 서울시 청년공간 ‘오랑’에 앞서 지난 2019년 문을 열었는데 5만2000명 가량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연간 방문객만 4만6000명에 달한다. 정성광 센터장은 “관계망 형성과 마음건강 관리, 주거 관리, 고립·은둔청년 지원까지 특화사업을 하고 있어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면 독보적”이라며 “수도권은 물론 지방 지자체와 정부 민간기관까지 벤치마킹을 온다”고 강조했다.

봉천·신림권역 청년들이 접근하기 편한 ‘관악청년청’은 관악청년청장을 비롯한 공간 이용자들이 주체가 돼 운영한다. 지역 자원과 청년단체를 연계해 상담 일자리 문화예술 창업 등을 지원하는 종합 활동거점은 연간 이용자가 7만명이 넘는다. 여기에 더해 카페 미술관 등 동네 공간을 활용한 청년문화존에 청년예술가를 위한 관천로 문화플랫폼도 있다. 쓰리룸과 청년청을 고르게 이용한다는 손영락씨는 “공간이 잘 꾸며져 있고 프로그램이 많아 1주일에 두번은 찾는다”며 “공부나 휴식에도 좋고 동네 지인도 만들 수 있다”고 평했다.

청년들이 1순위 문제로 꼽는 취업·창업 지원은 이미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 서울대라는 우수한 자원을 연계한 창업보육공간만 12개에 달한다. 현재 107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4년 전과 비교해 청년 고용인원이 914명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관악구 청년 고용률은 53.5%로 서울시 평균보다 2.6%p 높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 혁신상, 세계지방정부연합 우승도시 등은 그 결실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그간 성과에 더해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등 관악구만의 자원과 특성을 활용해 청년정책 모범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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