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여야, 성실하게 할 일을 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선 전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것인데, 무죄를 주장한 민주당이나 100만원 미만 벌금형을 예상한 이들 모두 크게 놀랐다. 이 대표는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다.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상당한 궁지에 몰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적 제거용’ 기소라고 검찰을 향했던 민주당 공세가 사법부로 번지는 것은 예상된 수순이다. 정권에 대한 정치적 공격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 대표 선고 소식을 들은 야당 한 초선의원은 “연말은 물론이고 내년 봄까지 더 시끄럽겠다”고 탄식했다. 유력 대선주자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 재판이란 점, ‘야당 대표에 유독 편파적’이란 인식이 파다한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가운데 자기 말에 대한 부정의 책임이 큰 쪽은 어디인가. 10만4000원에 탈탈 털리고 벌금 150만원인데, 선거를 도운 이에게 수백만원 과자값은? 승복이 쉽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널려 있다.
간발의 차로 승패가 갈린 대선의 후과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승자는 20% 지지율 붕괴를 걱정해야 하고, 패자는 정치생명 박탈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니 말이다. ‘사랑꾼 남편’ 대통령을 뽑은 것도, 사법리스크 대표 당을 1당으로 만든 것도 국민인 것은 맞는데, 개개인의 과거 선택 탓으로 돌리기에는 현실이 너무 고달프다.
헛된 바람일지 모르지만 국민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들의 태도는 좀 달라야 하지 않겠나. 능력이 모자라 부여된 책임을 다 하지 못할 수 있으나 적어도 책임감 만큼은 가져야 한다.
자기편만 아는 진정성 이야기는 접어뒀으면 한다. 대신 입증과 측정이 가능한 성실성에 집중하길 기대한다. 대통령은 의료·노동·연금·교육 등 4대개혁 완수를 외쳤다. 꼭 필요한 분야다. 누가 뭐래도 국회, 야당의 동의가 필수다. ‘국회에 가지 말라’고 강권한 비서부터 잘라야 한다. 말로만 요청 말고 만나고 설득해야 한다. 총리 추천도 권할 만하다. 그런데도 야당이 거부한다? 국민이 여론으로 평가해 줄 것이다. 여당도 제1의 타깃을 야당 대표에서 민생현안 해결로 옮겨야 한다.
야당도 국민공감에 더 성실해지길 고대한다. 특검법·국정조사에 동의하고 정권심판에 공감하는 국민이 다수인데, 야당 장외집회에 모이는 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혹 ‘민주당’이 외치는 심판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싸울 때 100% 반대했다면, 협상할 때 10% 공통점만으로도 출구를 찾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이명환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