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소외된 한국증시, 대책이 필요하다
코스피가 8월 초 글로벌 증시 급락 시점보다 더 아래로 내려갔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증시의 상승, 주요국 증시의 상대적 선방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는 상대적 절대적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개인들의 참여가 많은 코스닥 시장은 7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가 2022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매도세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들은 11월 들어서도 연일 국내 주식을 팔고 있고,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강도도 크게 떨어져 지수하락을 이끌고 있다.
트럼프 당선에 국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트럼프 당선 후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염려가 커졌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무역적자의 상당 부분이 유럽 일본 한국에서 온 자동차와 부품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반도체지원법의 조정, 인플레이션감축법에 근거한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 축소나 폐지, 첨단제조업에 적용되는 세액공제의 축소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 왔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우리나라의 근간이 되는 산업에 불리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도 다양한 증시 부진 요인이 존재한다. 내수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국은행은 모두 확장적 경제 정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심한 가운데 잠재성장률이 하락 중이고 내년 성장률은 이마저도 하회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지만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성장률을 소폭 상회하는 정도의 예산을 편성했고, 한국은행은 내수 부진보다 부동산 문제를 앞세우며 주요국보다 보수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밸류업 방안에 대한 기대도 수그러들었다. 올해 초 계획을 발표할 때 나타났던 시장의 기대는 이미 꺾인 상황이고, 앞으로의 전개 과정에 대해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와 기업들이 투명한 기업 거버넌스와 합리적 주주환원 정책 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업정책은 주로 감세 쪽에만 집중되어 있고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들 중 다수는 여전히 자신들을 위하는 것이 기업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감세가 기업의 투자와 이익으로 연결되고, 그 이익이 일반주주에게 합리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생각과는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
남아 있는 반기업 정서와 주식을 투기적 자산으로 보는 정서도 문제다. 소득 및 자산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부추기고 기업 이익이 주식시장을 통해 가계에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일까지 이러한 정서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조금 더 적극적이고 기민한 거시경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일, 합리적인 일반주주가 원하는 올바른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는 일, 기업과 가계의 이익 순환 관점에서 주식시장 제도를 정비하는 일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 정치권 기업이 속도감 있게 대책 마련해야
물론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 대해 이처럼 장기적이고 논쟁적인 이유들을 제기하는 것이 별로 적절치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3분기 국내 기업 이익의 부진과 내년 실적 전망 하향 조정 등을 주가 하락의 이유로 삼고, 내년에는 이익이 늘어날 테니 주가가 오를 것이라 전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상대적 절대적 증시 부진과 이른바 ‘국장 탈출’ 러시를 고려하면 이런 단기적 해석과 전망 만으로 우리 증시를 설명하고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나마 최근 야당에서 친기업적 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를 출범시키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원전 관련 예산 승인 등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모두 더 늦지 않게 그리고 속도감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