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는’ 머스크에 트럼프 측근들 ‘짜증’

2024-11-18 13:00:04 게재

“인사·정책 공개개입 경악” “머스크가 공동대통령이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지원으로 ‘절친’(first buddy)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차기 행정부 구성에 공개적으로 개입하면서 일부 트럼프 참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참모진 등 측근들은 선거 운동 기간 머스크의 재정적, 정치적 지원을 고마워했으나 그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를 거슬려하고 있다. 일부 측근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여전히 고심 중인 사안을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밀어붙인 것에 경악했다고 WP는 전했다.

머스크는 전날 엑스(X, 옛 트위터)에 트럼프 공동 인수위원장이자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가 헤지펀드 키스퀘어 CEO인 스콧 베센트 보다 더 나은 재무장관이 될 것이란 글을 올렸다. 러트닉과 베센트 모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머스크는 베센트에 대해서는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business-as-usual choice)이 될 것이라며 “이런 선택은 미국을 파산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이 만들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 지명됐다. 통상 행정부에서 보직을 맡게 되는 인사들은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 결정을 발표하기 전에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머스크의 공개 지지는 트럼프 당선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머스크는 또 이날 엑스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에 “좋은 행동이다”(Good move)라고 적어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을 명시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관세 공약과 상반되는 관세 인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머스크의 행보는 머스크가 새 행정부의 인사와 정책 결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트럼프 측근들은 이에 대해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며 심지어 두려워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선캠프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한 인사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지 않다”며 머스크의 발언은 그가 “공동 대통령”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그가 새로운 역할에서 선을 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선거에 1억달러를 넘게 지원한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 이후 계속 곁에 있으며 외국 정상과 통화와 정권 인수팀 회의에 참석하고,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골프장에서 트럼프 손주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과 러트닉과 함께 전날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대회를 관람하는 등 트럼프와 여전히 가까운 관계로 보인다.

하지만 머스크의 엄청난 존재감과 정책이나 인선과 관련한 공개적인 발언 등 기존 정치 문법에서 벗어난 행보들이 인수위 관계자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다고 WP는 짚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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