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야 ‘내수회복’ 철회한 기획재정부 경기전망
소매판매액 추이는 이미 10개월 연속 감소 흐름
민간은 물론 국책연구원까지 수개월째 ‘내수우려’
내수부진, 고용으로 이어져 … 청년 고용률 45.6%
최근까지 ‘내수 회복세’를 자신하던 정부 전망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뒤늦게 보수 기조로 돌아섰다. 내수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이미 10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어 ‘정부가 지나치게 고집을 부린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카드 승인액이나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긍정적 지표로 제시한 소비자심리지수도 ‘낮은 포복 중’이다. 여기에 한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칠 미국 대선 결과까지 더해지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자칫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강조 =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7개월 동안 사용한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은 아예 삭제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수도 경기의 일부“라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표현에 (내수에 대한 설명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부터 고용 등 주요 지표에서 내수 부진의 신호가 포착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뒤늦게 받아들인 셈이다.
실제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이미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내수부진’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감소세는 지난 2022년 이후 10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광객 증가세도 꺾여 = 10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101.7로, 전월 대비 1.7 올랐다. 다만 구성지수 중 소비지출전망을 제외한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등은 모두 장기평균인 100을 하회하고 있다.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 낙관보다는 부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소비 동향을 분석할 때 가장 주목하는 카드 국내 승인액은 8월 4.4%, 9월 4.6% 등 4%대 증가율을 보이다가 10월 1.2%로 뚝 떨어졌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 지난 7월 86만명에 달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9월, 10월 각각 54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 현대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도 모두 내수 부진을 문제 삼고 있다.
KDI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추고, ”전적으로 내수 부진 때문“이라면서 낮은 민간소비 증가율을 내수 부진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설명한 바 있다. KDI는 ”구조적 요인에 큰 변화가 없다면,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실질민간소비 증가율도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수(소비)의 회복력이 매우 미약한 상태“라며 ”수출 침체 가능성에 대응하여 민간의 실질 구매력 확충을 위한 거시·미시적 내수 활성화 노력에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수부진, 고용시장으로 확산 = 특히 내수 부진의 여파는 고용시장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미 상황이 어려운 청년층은 더 어렵다. 취업자 수는 큰 폭으로 줄고, 실업률은 증가했다. 구직활동도 취업준비도 하지 않고 쉬는 청년이 40만명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15~29살 청년층 취업자는 18만2000명 줄었다. 고용률은 45.6%로 0.8%p 하락했다. 본격적으로 고용시장에 뛰어드는 20대 후반의 고용율도 72.2%로 전년 대비 0.5%p 감소하며 2개월 연속 하락세다.
실업률도 상승했다. 15~29세 실업률은 5.5%로, 전년 동월 대비 0.4%p 상승했다. 20대 실업자 수도 1만1000명 늘었다. 청년층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인구구조 변화가 1차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20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구감소 폭보다 취업자 수가 감소폭이 가파른데다 실업자 수는 증가하고 있는 ‘위험한’ 지표를 보이고 있다. 인구 감소 효과를 감안한 고용률 하락이 이 같은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쉬었음’ 청년 인구 증가세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청년층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쉬었음’ 청년은 41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2000명(14.3%) 증가했다. 10월 기준으로 볼 때 코로나19 위기였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