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이재명 즉각 사퇴" 진심일까
강승규 ‘사퇴 촉구위’ 추진 … 한동훈 “상급심 빨리”
일각 “이 대표 버텨줄수록 다음 대선에 유리” 반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자,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차기 대선도 포기하라는 주장으로 읽혔다.
하지만 여권 반대편의 속내는 다르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가 오래 버텨줄수록 다음 대선에서 우리(여권)에게 유리하다”는 솔직한 속내가 엿보인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지난 16일 SNS를 통해 “이 대표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당 대표직은 물론 의원직에서도 물러나고 앞으로 남은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7년 예정된 대선 출마도 포기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의원은 여당 의원 단체 대화방에 “‘이재명 즉각 사퇴 촉구위원회’를 당 차원에서 추진하자”는 글도 올렸다.
한동훈 대표는 18일 “선거법상 2심은 3개월, 3심도 3개월 이내에 결론이 내려져야 하는 것”이라며 “(상급심) 재판이 빨리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상급심 재판을 서둘러 하루빨리 정치권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여당 일각에서 이 대표의 ‘즉각 사퇴’ ‘조기 사퇴’를 압박하는 것과 관련, 일부 여권 전략가는 “선거를 잘 모르는 사람들 얘기다. 이 대표가 오래 버텨줄수록 다음 대선에서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텐데, 왜 빨리 내쫓냐”는 반응을 보인다.
일부 여권 전략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이 대표가 여당 일각 요구대로 ‘즉각 사퇴’하면서 다음 대선에 ‘유능한 대타’를 합의 추대하는 것이다. 이 대표와 친명이 정권교체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타’에 힘을 실어준다면, 윤석열정권 ‘실패’의 짐을 짊어진 여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선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이 대표와 친명이 “사법 살인”을 주장하면서 버티는 것이다. 이 대표측이 최종심을 최대한 끌겠지만, 사법부가 대선에 임박해 유죄를 확정하고, 이 대표는 피선거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권 전략가의 예상이다. 이 대표·친명과 비명 사이에 ‘대타’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이게 극심한 야권 분열로 치달으면 여당에게 유리한 대선지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가 최종심을 대선 이후로 미루거나 최종심에서 무죄 또는 가벼운 형량이 확정돼 대선에 직접 출마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사실 이 대표가 무죄나 가벼운 형량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고, 어떻게든 최종심을 미뤄서 야당 후보로 출마하는 게 우리(여당)로선 최선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최종심이 끝나지 않은 야당 후보가 출마하면 야당 지지층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07년 대선에 출마한 정동영 후보는 내부 갈등 끝에 진보층 지지를 100% 흡수하는데 실패했다. 일부 진보층이 기권을 택하면서 큰 표차로 졌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는 617만표(26.1%)를 얻는데 그치면서 1위 이명박 후보에게 531만표차로 참패했다.
결국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최대한 오래 버틸수록 다음 대선에서 여권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읽힌다.
앞서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선 이후까지 최종심을 미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지만, 어쨌든 이 대표가 최대한 오래 버티면서 야권 분열을 키울수록 우리(여당)에게 유리한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