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지금 암호화폐에 주목해야 할 이유
최근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미 증시 등 자산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암호화폐 가격의 급등이다. 일시적인 조정은 이루어질 수 있겠으나 당분간 암호화폐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예상이 가능한 것은 이번 미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미국정부는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할 것이며 미국을 암호화폐의 세계 수도로 만들겠다”던 트럼프가 앞으로 4년간 미국 대통령으로서 암호화폐 시장을 지원하는 든든한 후견인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근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흔들리는 달러패권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감
지금은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지만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트럼프 당선자는 ‘비트코인은 달러화를 위협하는 사기’라며 암호화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음지에서 거래되던 암호화폐는 이후 자산시장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인정받으며 양성화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올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이러한 암호화폐의 위상변화를 인지한 트럼프 후보 캠프는 이미 미국인 상당수가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발 빠르게 암호화폐를 선거전략으로 삼아 주효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트럼프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데에는 이러한 정치적 고려 이외 미중갈등에서 우위를 지켜내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 시진핑 주석은 ‘공동부유 정책’을 앞세워 중국 내 슈퍼리치들을 상대로 막대한 세금을 거둬왔고, 중국 경제침체로 부자들을 향한 중국정부의 탄압 정도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오래전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자산을 해외로 유출하고자 노력해 왔던 중국 부자들의 부(富) 엑소더스(Exodus) 현상은 암호화폐를 통해 더욱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정부는 2021년부터 중국 내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했지만 도리어 대규모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을 해외로 이탈시키는 부작용만 낳았다.
트럼프 당선자의 공언처럼 만약 미국이 명실상부한 암호화폐의 메카로 자리매김하여 중국의 부(富)를 암호화폐라는 도관을 통해 계속해서 이전받게 된다면, 미중 경제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두 나라 정부의 시각 차이가 미중갈등의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트럼프정부는 암호화폐가 흔들리는 달러패권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1945년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시작된 달러패권 질서는 1972년 금본위제 폐지로 흔들렸지만 원유는 달러화로만 결제해야 한다는 소위 ‘페트로 달러’ 시스템의 구축과 미국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 미 국채를 끊임없이 사들인 덕분에 달러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는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을 통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미중갈등의 영향으로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달러화의 신인도 하락은 불가피해졌다. 설상가상 우크라이나전쟁, 중동 분쟁 등 지경학적인 이유로 경제 블록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탈(脫)달러 움직임은 가속화되었다.
암호화폐 달러화 '대체재' 아닌 '보완재'될 가능성 높아
안정자산으로 여겨지던 달러화 대신 금값이 치솟고 있는 최근 현상 역시 이 같은 추세의 반영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 정부가 암호화폐 유통의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암호화폐 거래 시 달러화 사용 빈도를 높이고, 암호화폐를 통해 미 자산을 취득할 길을 열어 강(强)달러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2.0 시대는 암호화폐와 달러화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의 관계를 형성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