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색즉안전’ 색깔로 근로자와 일터를 안전하게

2024-11-20 13:00:00 게재

대한민국은 경제 선진국이다. 하지만 사고사망만인율이 영국보다 10배나 높고 독일 일본과 견주어서도 3배가 된다. 앞으로 안전보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산재예방에 인적·물적자원을 쏟아부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또한 짜낼 수 있는 모든 창발적 아이디어와 효과적 전략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안전문화를 혁신해야만 한다. ‘색(色)즉안전’, 다시 말해 색깔이 곧 안전이라는 발상은 이러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하게 됐다.

‘색즉안전’ 잘 활용할 대상은 배달 근로자

안전보건과 관련한 메시지는 지금까지 글이나 말, 영상으로 전달해왔다. 작업 전 안전점검 회의를 건설현장 등에서 매일 빠트리지 않고 하자, 기계 등을 수리·점검할 때는 반드시 전원을 끄고 하자 등등의 안전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이런 말글보다 더 강렬한 각인효과를 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시인성이 높은 색과 형태다.

최근 배달 근로자수가 80만명이 넘을 정도로 플랫폼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도로 위에서 교통사고를 내거나 당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고 있다. 이륜차 배달 근로자가 산재피해자가 되는 까닭은 배달 플랫폼업체의 무리한 신속배달 요구로 인해 발생하는 과속, 교통법규 위반 뿐만 아니라 검정색 계통 일변도의 복장과 배달통으로 인해 야간이나 새벽에 도로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꼽을 수 있다.

도로 위에 검정·회색 계통의 자동차가 주를 이루는데 여기에다 이륜차와 이륜차를 모는 근로자마저 비슷한 색깔을 하고 배달하는 우리 문화를 확 바꿀 필요가 있다. 형광 노란색과 주황색 등 눈에 잘 띄는 밝은 색상의 옷과 배달통 안전헬멧, 차체에다 불빛에 잘 반사되는 재귀반사 띠를 부착할 경우 사고가 상당수 줄어들 것이다.

‘색즉안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배달 근로자다. 색은 일터 다양한 곳에서 안전지킴이 노릇을 잘 해낼 수 있다. 지게차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체와 운수·창고·물류업체에서도 근로자가 걷는 길과 지게·화물차가 다니는 길을 서로 대비되는 시인성 높은 색으로 구분할 경우에도 안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 화재 등으로 주변이 어두워졌을 때 재빠르게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밝은 형광색상 표시등과 유도선을 바닥과 벽면에 만든다면 생명을 구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건설·토목 공사 현장 신호수의 복장도 눈에 확 띄는 색상으로 통일한다면 분명 좋은 재해예방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색으로 일터 안전 지켜주는 문화 확산

공단은 일터에 색과 형태를 활용한 안전 확보를 통해 우리 사회 안전문화를 한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산업안전보건의달 첫날인 지난 7월 1일에는 색과 안전을 주제로 한 특별 세미나를 대규모로 개최했다. 10월에는 (사)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 삼화페인트와 함께 업무협약을 맺어 색을 활용한 산업안전 디자인 개발, 재료 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한 색과 형태를 통한 일터 안전 문화의 확산, 그리고 산재예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경총과 공동개최한 제1회 안전문화포럼과 안전보건 전문가 행사 등에서 발표하는 등‘색즉안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 부산 등 지역의 중소 배달업체 이륜차 근로자 일부를 대상으로 고시인성 옷과 배달통을 지원해 운행토록 하는 시범사업을 11월 중 벌인다. 이제 색으로 일터 안전을 지켜주는 색다른 문화가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안종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