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급부상에 G20도 뒤숭숭
정상들 반응 엇갈려
빛바랜 공동선언문
‘정의로운 세계와 지속 가능한 지구 구축’이라는 주제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G20 정상회의가 최근 급부상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1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실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고, 러시아는 새로운 핵교리(독트린)를 발표하면서 서방세계를 향해 경고했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두둔을 표시했고, 이 과정에서 전날 채택했던 ‘기아·빈곤 퇴치와 기후위기 대응’을 담은 공동선언문은 퇴색했다.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러시아에서 무책임한 수사(레토릭)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핵 교리(독트린) 개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스타머 총리는 “푸틴은 3년 연속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스스로 유배 생활을 만들어 낸 사람”이라고 맹비난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G20 정상 선언문에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귀책 부분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G20이 러시아 책임을 명확히 밝힐 수 있는 문구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며 “국제 관계에 불어닥치는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우려했다.
G20 사무국이 공개한 이번 공동 선언문에서 정상들은 85개 항 중 9번째 문구에서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주민들의 고통과 부정적인 추가 영향을 강조한다’며, 포괄적이고 정의로우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지원하는 모든 관련성 있고 건설적인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고 기술했다. 이를 두고 주요 외신들은 ‘구체성 결여’의 사례로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협상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과 관련 “러시아는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을 취해야 한다”며 “핵무기 관련 러시아의 언사는 재래식 무기 위협에 대한 예방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튀르키예의 이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해, 국제사회가 간절히 기다려온 평화를 보장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G20 회의에 참석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업데이트한 독트린을 서방이 주의 깊게 읽어보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핵 교리 개정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동맹 국가가 러시아를 침략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주장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