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군포·성남 ‘민자도로’ 놓고 마찰
군포 ‘시흥~수원 민자도로’ 철회 청원
성남 분당 ‘용인~광주 민자도로’ 반대
경기도가 추진 중인 ‘고속화도로 민간투자사업’이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마찰을 빚고 있다. 군포에선 수리산 관통하는 민자도로계획에 시민단체들이 사업철회를 촉구하며 경기도에 청원을 냈고 성남시 분당 주민들은 현수막을 내걸고 민자도로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2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시흥~수원 고속화도로 민자사업에 반대하는 군포시민과 환경단체 등은 최근 경기도에 청원을 제기했다. 군포시 속달동 주민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경기도 시흥~수원 민자고속화도로 사업 반대 행동연대(행동연대)’는 지난 13일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의 허파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수리산도립공원을 지키기 위해 시흥~수원 민자도로 사업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청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시흥~수원 고속화도로’는 시흥시 금이동에서 의왕시 고천동까지 15.2㎞ 길이의 도로로 지난 2020년 9월 금호건설 컨소시엄이 경기도에 제안했다. 문제는 가장 긴 구간에 해당하는 군포지역에는 도로가 직접 연결되지 않는데다 수리산도립공원을 관통(5.4㎞)하는 터널로 계획돼 있다는 점이다. 행동연대는 청원에서 “현행 자연공원법은 자연공원 내 생태축 보전을 우선시하며 도로 교량 등은 최소한의 시설만 허용토록 하고 있으나 이 도로는 수리산도립공원의 생태축을 훼손하는 계획”이라며 “수리산에 또다시 터널을 뚫고 도로를 건설한다면 도지사의 도립공원 보호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성영 군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는 “이 사업은 생태계 파괴는 물론 기존 도로망과 중복돼 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사회적 갈등과 환경오염 문제가 예상된다”며 “사업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기황(군포2) 경기도의원은 “수리산을 파괴하는 고속화도로 건설이 아닌 3기 신도시 인구 급증에 따른 교통수요에 대비해 3기 신도시 순환고속도로 건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남시 분당구 주민들은 ‘용인~광주 고속화도로 민자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해당 도로가 건설되면 지금도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서현로(국지도 57호선) 정체가 더 심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용인~광주 고속화도로는 광주시 신현동 일대 태재고개와 용인시 고림동을 연결하는 17.3㎞ 길이의 도로로 GS건설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도에 제안해 추진 중이다.
문제는 전국 지방도 중 다섯번째로 교통량(일일 평균 7만972대)이 많은 서현로를 거쳐 판교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서현1·2동 분당동 등 서현로 인접지역 주민들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곳곳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분당을지역위원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 “지금도 교통체증이 심각한 서현로를 공유하는 도로가 신설되면 분당지역 교통정체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게다가 인근 공공택지, 분당신도시 정비사업이 추진되면 주택이 최소 30% 이상 증가할 텐데 대책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시도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담은 공문을 경기도에 보내 사업 재검토 등을 요청하는 등 사실상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민간사업자측은 지난 6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공청회를 열고 서현로 정체해소 방안으로 해당구간의 교통신호체계 적용, 왕복 7차선 도로 8차선으로 확장 등 대안을 제시했다.
경기도와 시흥~수원 민자도로 사업자도 지역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구간 노선연장, 군포에 IC 신설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금은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민간사업이 제안돼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 절차를 밟고 있는 과정”이라며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등 관련절차가 제대로 이뤄져야 사업 추진여부가 확정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